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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유엔 등 국제사회 개입 실패에 커지는 미얀마 유혈참극(210316)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를 보인 전날에 이어 15일에도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누적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희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군부는 인터넷을 차단하고, 양곤 일부에 내린 계엄령을 양곤 이외 지역으로도 확대하며 진압 수위를 높이고 있어 미얀마는 걷잡을 수 없는 유혈참극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군부의 탄압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 개입이 시급하다. 

사태가 악화된 책임은 물론 쿠데타로 민주정부를 전복하고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미얀마 군부에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 또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이해관계가 비교적 작은 미국은 군부가 유치한 예금 10억달러를 동결하고, 쿠데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내렸다. 반면 미얀마가 전략적 요충지인 중국은 군부를 두둔하며 ‘대화와 협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얀마가 회원국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도 폭력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을 뿐이다. 기대를 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군부 제재 결의안 채택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위에 그쳤다. 미얀마 시민들이 자국 내 중국 공장에 불을 지른 것은 그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더 이상의 참극을 막으려면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군부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에 앞장서는 길밖에 없다.

 

실효성 있는 국제 제재가 없는 한 미얀마 군부의 시민 유혈 진압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다시 한번 유엔을 중심으로 제재안을 모색, 실질적인 대책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책임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정부를 지원한다면 결코 국제사회의 지도국가가 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지난 12일 미얀마에 군용물자 수출 중단, 개발협력사업 재검토, 국방·치안 협력 중단 등 조치를 취했다. 군부독재와 쿠데타,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할 일이다. 정부가 1차 대응이라고 밝힌 만큼 미얀마 군부가 장악한 기업들에 대해 자산 동결과 거래 금지 등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추가 제재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독자적 조치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려운 만큼 주변국의 제재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