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기후변화에 있어 의미 있는 해였다. 그해 12월 지구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약이 체결됐다. 앞서 6월 네덜란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처음 명시한 ‘위르헨다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말뿐인 국제사회의 감축 노력에 경종을 울린, 획기적인 판결이었다. 그 후 아일랜드와 프랑스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잇따랐다.
지난 26일은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날이 될 법하다. 이날 네덜란드 법원은 자국의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에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까지 감축하라고 판결했다. 개별 기업의 탄소배출량 목표에 법원이 개입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후변화 대응 책임이 정부만이 아닌 기업에도 있음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같은 날 스웨덴의 볼보자동차에서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자국에 있는 한 공장이 볼보차 브랜드 자동차 제조시설 중 처음으로 ‘기후중립’을 달성했다는 소식이었다. 볼보차는 공장에서 전기·난방으로 인해 대기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순증가가 없으면 완전한 기후중립을 실현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볼보차는 2025년까지 기후중립 제조 네트워크를 완성하고 전체 라인업도 전기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고 가치를 안전에서 친환경으로 전환한 볼보의 성공적인 변신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에서는 이날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인사 2명이 12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에 처음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석유·가스 사업 비중을 줄이고 청정에너지 비중을 늘릴 것을 요구해온 두 사람의 목소리가 이사회에서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7년 ‘석유 공룡’들이 포함된 세계 100대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71%를 차지한다는 조사가 있었다. 엑손모빌의 탄소배출 비중은 1.98%로 5위이며, 로열더치셸은 1.67%로 9위다. 로열더치셸과 볼보의 사례는 탄소중립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과제에 직면한 글로벌 기업들의 두 갈래 길을 보여준다. 하지만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탈탄소에 앞장서는 길이다. 그 노력 여하에 기업의 미래와 인류의 탄소중립 달성 시기가 걸려 있다.
'이무기가 쓴 칼럼 >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 '걷는 잠수교'(210621) (0) | 2021.06.21 |
---|---|
[여적] ‘키스톤 송유관’의 종말(210612) (0) | 2021.06.11 |
[여적] 북극항로의 '피폭'(210524) (0) | 2021.05.23 |
[여적] 아프간 전쟁 20년(210415) (0) | 2021.04.14 |
[여적] '외조의 왕' 필립(210412) (0) | 2021.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