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석유 대체 자원으로 주목받은 화석연료가 오일샌드다. 말 그대로 흙 속에 포함된 석유다. 지하의 원유가 지표면까지 이동하면서 수분이 사라져 모래·점토와 함께 굳은 것이다. 액체인 석유에 비해 경제성이 낮아 방치돼오다 2000년대 유가가 치솟고 정제 기술도 발달하면서 활발히 개발돼왔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2위 매장국인 캐나다가 가장 적극적이다. 캐나다는 원유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과 손잡고 2008년부터 거대한 송유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키스톤 송유관’ 사업이다. 캐나다 앨버타주 하디스티와 미 텍사스주까지 송유관을 연결하는 것이다. 이미 3단계까지 건설이 끝났다.
문제는 ‘키스톤XL 송유관’으로 불리는 4단계에서 벌어졌다. 하디스티에서 네브래스카주 스틸시티까지 1897㎞를 잇는 4단계 송유관은 2008년 6월 승인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송유관은 미 대평원의 북부를 지난다. 그 아래엔 오갈랄라 대수층이 있다. 이곳에 사는 원주민과 농부, 목장주 등 수백만명에게는 생명수나 다름없다. 그런데 오일샌드는 원유를 정제할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물을 필요로 한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고 수질오염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유출 사고라도 나면 엄청난 환경재앙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시작된 이 송유관 반대운동은 세계 기후운동의 상징이자 목표가 됐다. 전 세계 환경운동가와 시민들이 연대의 손길을 보냈다. 버락 오바마의 건설 추진 중단, 도널드 트럼프의 재개 명령, 조 바이든의 중단 결정까지 미 대통령에게도 민감한 사안이었다. 13년간의 긴 갈등과 투쟁이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사업자인 캐나다 TC에너지가 프로젝트의 영구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키스톤XL 송유관 사업 중단은 환경운동사에서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더 많은 승리를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미국에서는 ‘라인3’ 등 여전히 많은 송유관이 주민들의 반대 속에 건설되고 있다. 2016년 12월 극적으로 쟁취한 다코타액세스송유관(DAPL) 건설 중단도 법적 소송 중이다. 기후변화와의 전쟁을 선언한 바이든의 결단이 결정적이었지만 그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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