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늘(10일) 발전소에서 일하던 20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어두운 작업장에서 혼자 일하다 숨졌다. 일터 곳곳에 만연한 산업재해에 경종을 울린 참혹한 죽음이었다. 이후 산재를 방지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바뀐 것이 전혀 없다는 현장의 아우성이 들린다. 김씨의 동료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이고, 위험한 일을 하청에 떠넘기는 관행도 그대로다. 오늘도 일터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의 죽음을 조사한 ‘김용균 특조위’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원·하청 구조가 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민영화를 위해 작업 공정을 무리하게 쪼갠 뒤 여러 협력사에 외주를 준 결과 위급상황을 막기 위한 현장의 소통이 단절되면서 김씨가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10월 쪼개기 계약연장으로 일자리를 유지해오던 하청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8월엔 발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청의 부당한 작업지시에 항의해 옥상에서 투신했다. 하청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의 외주화 실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씨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권과 정부는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고 했지만 보호 장치는 여전히 구멍투성이다. 국회는 2018년 12월 산업안전보호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도급을 금지한 범위에 김씨의 업무였던 전기사업 설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씨처럼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1월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다. 전체 산재 사망자의 80%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이 2024년까지 유예됐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원청인 발전소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 김용균 특조위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위험을 낮추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협력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정규직화할 것을 발전소 측에 권고했다. 정부·여당도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정규직화를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정규직으로 전환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 명도 없다. 더욱이 김씨 죽음의 책임자는 반성도 사과도 없고,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대권 주자를 비롯한 정치권은 느긋하기만 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제외한 다른 주요 정당 후보는 아직 노동 공약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는 소홀히 하면서 표는 달라는 것이다. 섣부른 땜질식 처방이 김용균들의 죽음을 부르는 것을 모른다는 건가. 김씨 3주기를 맞아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이 할 일은 노동존중이라는 빈말보다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당장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법 개정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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