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외교 보이콧’을 하겠다고 6일 공식 선언했다.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은 허용하지만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을 성사시키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 정부의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라는 압박까지 받게 됐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미국의 외교 보이콧은 스포츠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대응이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마저 대중 포위망 구축에 활용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외교 보이콧이 격화되는 미·중 전략경쟁을 반영하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목적으로 오는 9~10일 화상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는데, 바로 이 회의를 앞두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이 이 회의를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한껏 선전하는 무대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 정부를 향해 외교 보이콧 동참을 압박해 들어올 것이라는 점이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외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우리는 동맹국에도 이 결정을 알렸고, 명백히 그들 각자가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외교적 언사일 뿐이다. 뉴질랜드가 이미 불참을 결정한 가운데 영국·호주·일본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보이콧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베이징 올림픽은 1980년 미국 전면 보이콧에 60여개국이 동참해 반쪽으로 치러진 모스크바 올림픽에 버금가는 정치 올림픽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그런 일이 재연되어서는 곤란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베이징 올림픽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종전선언이 영향을 받는다고 연결하지는 말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다른 나라 정부의 외교적 결정이라 특별히 언급할 만한 사안은 없다”면서 “베이징 올림픽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번영에 기여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보이콧이 한반도 평화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동맹국인 미국의 뜻도 존중하되 경제적 이해가 걸려 있는 중국과의 관계도 살펴야 한다. 우리에겐 올림픽도, 한·미 동맹도, 중국과의 관계 모두 중요하다. 미·중 한쪽 편에 서는 상황을 피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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