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 추진하는 역내 경제협력 구상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IPEF 출범 선언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다고 18일 밝혔다. IPEF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것으로,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국을 첨단기술 공급망 등에서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 중 하나인 경제안보의 핵심이기도 한 IPEF 가입은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한국의 IPEF 참여는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동맹의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의 일환이다. 한·미 간 기술동맹 성격이 있는 IPEF는 군사동맹(한·미동맹)과 경제동맹(한·미 자유무역협정)과 함께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 전략에 공조한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이 오는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미·일·호주·인도 4개국의 안보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서 IPEF 출범을 선언한다면 대중국 압박의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반발할 것이 틀림없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의 IPEF 참여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고, 경고한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 특사로 방한한 왕치산 부주석이 다자주의 수호를 강조하며 한국의 미국 밀착 가능성을 견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화상으로 진행된 박진 외교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글로벌 산업 체인 공급망의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PEF가 중국을 향한 압박수단이며, 한국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경제적 이해뿐만 아니라 중대한 북핵 해결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나라다. 게다가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한·미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 IPEF에 참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가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데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 차장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 브리핑에서 “IPEF는 새로운 경제통상 협력체를 구축하는 것으로 중국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IPEF 가입에 대한 한국의 생각을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 외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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