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10일 만의 정상회담이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이자 한국 방문이다. 향후 5년간 한반도 안보 및 경제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회담으로, 윤 대통령은 중요한 외교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등 한반도 안보, 글로벌 공급망 등 경제안보 강화, 국제 현안 협력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이 가운데 날로 높아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북 억지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양국 간 경제안보 강화다.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 확충이 절실한 바이든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면서 동맹국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바이든이 20일 방한하자마자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은 것은 그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는 한·미동맹이 군사·경제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의 핵심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평택공장 방문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늘 방문을 계기로 한·미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동맹 강화의 이면에 유의할 대목이 있다. 미국이 이를 이유로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력체인 쿼드 참여, 한·미·일 군사훈련,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중국 포위망 강화가 핵심인 바이든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발 더 깊숙이 들어가는 것으로, 이미 참여를 공식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함께 중국을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
한·미 경제안보 강화가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IPEF 참여로 중국이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제로섬으로 볼 필요가 없다. 중국과도 우리가 경제 관계를 잘해가면 된다”고 했다. 한·미동맹 강화가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구체적 복안이 없다면 빈말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강경 기조와 한·중관계 악화에 따른 한반도 안보위기에 대한 우려를 유념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국익을 지키는 균형외교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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