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트럼프가 기밀인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하고 파기했다는 게 주된 혐의다. 압수 대상 목록에 핵무기 관련 문건이 포함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통령기록물법을 어기면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례없는 일이다 보니 후폭풍이 크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민주당의 정치수사라고 반발했다. 공화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법무부를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흘 뒤엔 FBI의 신시내티 지부가 무장한 트럼프 지지자의 습격을 받았다. 건물 침입에 실패한 습격자는 도주 끝에 사살됐다. 사법당국은 습격자가 ‘1·6 의회 폭동’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한다.
FBI 습격 사건은 트럼프에 대한 민주당 정부의 전방위적인 수사에 대한 반격의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1·6 폭동 선동 혐의로 하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는 대선 결과 조작 압력, 탈세·사기, 성폭행 등 혐의로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다. 결과에 따라 ‘기소 1호’ 전직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전직 대통령 45명 가운데 지금까지 기소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워터게이트’ 주역인 리처드 닉슨은 사임 후 대통령의 사면으로 기소 1호 불명예를 면했다. 트럼프도 닉슨처럼 대통령의 사면을 기대하는 걸까. 그러기엔 그가 저지른 일이 너무나 크다. 더욱이 사면은 진정한 사과가 전제조건이다.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기는커녕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으로 나라를 분열시키는 트럼프에게 이런 은전이 베풀어질지 의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FBI 압수수색 후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사법 처리는 드문 일이 아니다”라는 칼럼을 실었다. 한국을 배우라는 말까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 칼럼도 “전 국가수반이 법의 심판대에 서는 것은 민주주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FBI의 압수수색을 “위험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의문의 여지없이 트럼프를 비판할 것 같은데, 미국 내 여론은 갈리고 있다. 미국이 과연 전직 대통령을 사법 처리하는 새로운 관행을 세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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