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총리’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올가을 퇴진한다. 성비위 전력이 있는 측근을 당 요직에 임명한 것도 모자라 수차례 말바꾸기를 하자 내각의 장차관들이 줄사퇴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하지만 그에 앞서 존슨의 발목을 잡은 근본 원인은 ‘파티’였다. 파티 애호가로 이름난 존슨 총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 수차례에 걸쳐 총리실 직원과 공무원, 보수당 의원 등과 파티를 하는 동영상과 사진이 잇따라 공개됐다. 물론 방역지침 위반이었다. 영국 언론이 ‘파티게이트’로 명명하면서 이 사건은 존슨의 정치생명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마침내 퇴진 위기로 몰아넣었다.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37)가 파티 스캔들에 휘말려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마린 총리가 한 아파트에서 연예인 등 친구들과 춤추고 술 마시는 동영상이 공개됐는데, 마약 복용 의혹까지 제기됐다.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고 자신하던 그는 여론이 악화되자 자진해 마약 검사를 받았다. 마린이 한 클럽에서 핀란드 팝스타와 껴안고 춤추는 영상이 추가 공개되면서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 마린 총리가 파티로 구설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외교장관과 접촉한 뒤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을 찾아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논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일로 방역수칙 위반 논란이 일던 판에 업무용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와 격리 권고 문자조차 받지 못한 것이 드러나 곤경에 처했다.
마린 총리는 2019년 12월 34세의 나이로 취임하면서 세계 최연소 총리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대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나토 가입을 추진해 정치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 파티 논란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핀란드에서는 ‘총리도 파티를 즐길 권리가 있다’는 쪽과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마린 총리가 나토 가입과 러시아인 비자 발급 제한을 추진하는 바람에 러시아 사이버 공격의 희생양이 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북유럽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을 엄격히 보호하지만, 정치인은 사소한 일탈이나 특권도 인정받지 못한다. 세계의 이목이 마린 총리의 마약 검사 결과에 쏠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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