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7개월 만에 최악의 패배를 맛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세를 뒤집기 위해 대응책을 내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지난 21일(현지시간)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4개주에서 러시아와의 병합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은커녕 확대될 위기에 처했다.
푸틴에게도 동원령은 고민거리였다. 러시아 내 강경파들은 지속적으로 동원령을 내릴 것을 요구했지만 푸틴은 수용하지 않았다. 자칫 국내의 반전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 동원령은 군 경력이나 전쟁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을 징집할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달 중순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 등지에서 패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4년 확보한 돈바스 지역(루한스크·도네츠크주)까지 빼앗기면 그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국내 반발을 고려해 동원 대상을 예비군 30만명으로 축소했을 뿐이다.
하지만 푸틴의 동원령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예비군을 훈련해 실전에 배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번 동원령을 병력 재배치를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보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동원령이 확전의 시작인 점은 분명하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인에게 ‘TV 속 전쟁’이었다. 동원령은 전쟁이 안방까지 들어왔다는 의미다. 동원령이 발표된 날 모스크바 등 국내 37개 도시에서는 개전 이후 처음으로 ‘동원령 반대’를 외치는 대규모 반전시위가 벌어졌다. 시민 1300여명이 체포됐다. 동원령 발표 후 수분 만에 국제선 항공권이 매진됐다. 핀란드 국경 도시에서는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23일 시작하는 4개주 국민투표의 향배도 주목된다. 러시아와의 병합을 찬성하는 결과가 나오면 푸틴은 다시 한번 자신이 일으킨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핵전쟁까지 우려된다.
푸틴의 그릇된 야망에 우크라이나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에너지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푸틴의 도박을 중지시킬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타개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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