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의 성과 중 하나가 사회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소수계를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도입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인종을 입학을 결정할 요소 중 하나로 인정하는 소수인종 배려 입학제다. 덕분에 흑인과 원주민, 라틴계와 아시아계 학생들은 명문 대학 입학 때 혜택을 받아왔다. 미국을 지탱하는 유산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근래에는 백인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부르면서 미 사법계의 대표적인 논쟁거리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이 정책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세 차례 있었다. 첫 판결은 1978년 캘리포니아주립대를 상대로 제기된 위헌소송이었다. 연방대법원은 소수인종만을 위한 고정적 할당제 입학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두 번째는 2003년 미시간주립대를 상대로 한 위헌소송이었다. 연방대법원은 대학의 다양성을 위해 인종을 입학 허가 기준의 하나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2016년에도 연방대법원은 텍사스주립대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할당제 입학은 위헌으로 판결했지만 역차별 논란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다시 대법원의 심리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된 위헌소송이다. 1·2심은 원고 패소였지만 연방대법원 구성이 달라지면서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가 3명으로 보수가 절대 우위에 있어서다. 이들은 지난 6월 49년 만에 임신중단 권리를 뒤집은 전력이 있다. 연방대법원이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한다면 미 대학 입학사정에 큰 변화가 온다. 현재 캘리포니아(1998년)·미시간(2006년) 등 9개주가 이 정책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전에 비해 흑인과 라틴계의 입학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미국에서도 논쟁적인 주제다. 여론은 질문에 따라 엇갈린다. 2018년 갤럽 조사에서 61%가 “이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2001년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022년 퓨리서센터 조사에서는 74%가 “인종이 대학입학의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보수파 우세의 연방대법원 때문에 미국의 유산이 또 사라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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