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 땅 위를 줄지어 다니는 개미떼를 볼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다. 개체수를 따지자면 인간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개미는 고작 20만년밖에 안 된 인류에 비해 훨씬 전인 1억1000만~1억3000만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왔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 “지구의 진짜 주인은 개미”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개미 개체수가 2경마리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약 80억명인 인간보다 250만배나 많은 수치다. 개미 개체수 조사는 처음이 아니다. 다만 연구진은 수많은 학자들이 1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연구해 축적한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수치를 이끌어냈다. 연구진은 또 개미의 총무게가 120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생명의 핵심 구성요소인 탄소로 바이오매스(생물량)를 측정한 결과다. 조류(200만t)와 포유류(700만t)를 합한 것보다 많고, 인간(6000만t)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개체수나 바이오매스로 보더라도 개미는 무시해서는 안 될 존재인 셈이다.
세계적인 개미 연구가인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명예교수(1929~2021)는 “인간의 문화와 자연환경이 아무리 다르다 할지라도 개미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개미는 남극과 고위도 지방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나 있다. 알려진 개미만 1만5700종에 이른다. 개미가 군집생활을 하는 등 인간처럼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은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개미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구 생태계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이다. 나무를 분해하고 흙에 공기를 순환시키며 조류나 절지동물 등의 중요한 먹이 공급원이 된다.
최근 30년 동안 곤충 4분의 1이 사라졌고, 전체 곤충의 40% 이상이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올해 봄 국내에서는 꿀벌 수십억마리가 사라졌다. 최근 회자되는 ‘곤충 대종말’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곤충학자들은 기후변화와 농약, 서식지 파괴 등을 원인으로 든다. 인류가 곤충 멸종의 원흉인 셈이다. 곤충이 사라지면 먹이사슬과 생태계가 붕괴돼 인류 생존도 위협받는다. 개미 개체수가 줄어들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를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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