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평화상은 권위주의 러시아 정권에 맞서 시민의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한 활동가와 단체 2곳에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7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벨라루스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를 선정했다. 개인과 단체 수상자 모두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직접 관련된 국가에서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알리아츠키는 1994년부터 28년째 장기집권 중인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에 맞서온 대표적인 인권운동가다. 1996년 인권단체 비아스나(봄)를 설립해 루카셴코 독재에 항거하다 체포된 인권운동가와 가족을 도와왔다. 2020년 8월 루카셴코의 6번째 임기 도전 후 강권 탄압에 맞서오다 1년 뒤 탈세 혐의로 4년5개월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루카셴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노골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는 유일한 지도자다. 메모리알은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저명한 인권단체다. 1989년 옛 소련 시절에 설립된 뒤 소련 해체 후 인권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혀 구소련 시절 정치적 탄압을 연구·기록하고, 러시아와 옛 소련권 국가들의 인권 상황을 감시해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2016년 당국의 정밀 조사 대상을 뜻하는 ‘해외 대리자’로 지정했다. 러시아 대법원은 지난해 말 이 단체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렸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 뒤인 올해 2월28일 최종 해산됐다.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는 2007년 설립돼 우크라이나 인권단체의 역량 강화와 의제 제시에 앞장서왔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 수집에 노력해왔다.
노벨위원회는 전통적으로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탄압에 저항하는 인물이나 단체를 수상자로 선정해왔다. 올해 수상자들은 특히 정치적 함의가 크다. 비록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 직접 연관성은 부인했지만 푸틴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푸틴에게 보내는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로, 이들의 수상에 공감한다. 노벨위원회는 “비알리아츠키가 오는 12월10일 노벨상을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 러시아 정부도 메모리알 탄압을 중단하고 알렉세이 나발니 등 반정부 인사들을 석방해야 한다. 무엇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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