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들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을 모두 지도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아울러 이 같은 미사일 발사가 전술핵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달 전 선언한 핵무력정책 법제화 후 북한이 실제로 전술핵을 탑재해 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가 사상 처음으로 전술핵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스럽다.
북한은 이 기간 동안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양한 미사일들을 7차례 발사했다. 북한은 이런 미사일 발사를 통해 “목적하는 시간, 장소, 대상들을 목적하는 만큼 타격 소멸할 수 있게 완전한 준비태세를 발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소형 핵탄두가 탑재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음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이다. 지난 9월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밝힌 ‘전술핵운용공간 확장·더 높은 단계에서의 적용수단 다양화 실현’ 언급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기도 하다. 노동당 창건 77주년인 이날 이를 공개함으로써 전술핵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더불어 전투기와 폭격기를 최고 150대까지 동원하는 전례없는 공중 무력시위도 2차례 실시했다.
아직은 핵무기 투발수단인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만 눈에 띌 뿐 핵 소형화 기술의 진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한반도에서 전술핵 위협이 높아진 것은 명백하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이날 “적들과 대화할 내용이 없고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남북, 북·미 간 대화 가능성마저 차단했다. 향후 SLBM 발사나 7차 핵실험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문제는 한·미가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대로 흘러가면 1994년·2002년의 1·2차 북핵 위기나 2017년 때와 같은 일촉즉발의 긴장 때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한반도 상황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 정부는 이날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 삼아 불법적인 도발을 정당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사일 도발 중단을 촉구했을 뿐이다. 게다가 군은 지난 8일 북한이 전투기 150여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공격종합훈련을 실시했는데도 밝히지 않았다.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는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
당분간은 한반도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긴장 조성은 결코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북한은 더 이상 도발을 멈춰야 한다. 한·미도 군사훈련과 대규모 전략자산 파견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마침 교황청이 지난 8일 북한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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