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5000t급 상선이 24일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해군 함정이 경고사격을 했다. 북한도 이에 맞서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으로 방사포를 발사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남측 호위함이 불명 선박 단속을 구실로 해상군사분계선을 침범해 경고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NLL은 한·미, 그리고 해상군사분계선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경계선이다. 중국의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북한이 해상에서 군사 행동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서해 NLL 침범을 둘러싸고 남북이 경고사격을 주고받은 것은 2017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북한 상선의 NLL 침범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대형 선박이 북한 당국의 통제 없이 남쪽으로 넘어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선의 NLL 침범과 방사포 발사, 북한군 총참모부의 즉각 발표 등을 보면 남측의 대응을 예상하고 진행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
이번 NLL 침범은 중국의 새 지도부를 뽑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위해 중단했던 군사행동을 재개한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거의 이틀 간격으로 탄도미사일 및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동·서해 전방지역에서 포병과 방사포 부대를 동원한 무력시위 등을 해오다 멈췄다. 그런데 중국 당 대회 등이 끝난 다음날 NLL을 침범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NLL 침범 후 “최근 지상 전선에서의 포 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는 적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고 한 것도 눈에 띈다. 최근 군이 중부전선에서 응급헬기를 민통선 이북에 진입시키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감시초소의 대북 경고 장비를 통해 알린 것을 두고 ‘확성기 도발’이라고 했다. 2015년 8월 남북이 합의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한 것을 남측이 깼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위해 명분을 축적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중국 당 대회 폐막 후부터 다음달 8일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집중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분석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7차 핵실험은 물론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전까지 벌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마침 한·미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서해합동훈련, 이달 31일부터 내달 4일까지 공중연합훈련(비질런트 에이스)을 실시한다. 수백대의 전투기들이 출격하며, 이때 괌으로부터 전략폭격기가 한반도로 전개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이를 빌미 삼아 모험적 행동을 할 수 있다. 고조되는 한반도 정세를 식힐 노력과 당국의 철저한 상황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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