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하청노동자를 불법파견 형식으로 활용해온 자동차업계의 오랜 관행에 쐐기를 박는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기아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271명, 현대차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59명이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현대차·기아는 사내하청 노동자 430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번 판결이 한국 사회의 고질적 현안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파견과 직접고용 문제는 오랫동안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었다. 파견은 파견사업주(하청)가 노동자를 고용해 사용사업자(원청)의 지시·감독을 받아 원청을 위해 일하는 형태다. 자동차·철강·조선업의 직접공정은 파견이 금지됐음에도 관행적으로 활용돼왔다. 그러다보니 하청노동자 지위는 법적 다툼의 대상이었다. 쟁점은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직접공정뿐만 아니라 간접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까지 광범위하게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010·2012·2015년에도 현대차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이번에는 간접공정 업무까지 인정 범위를 넓혔다. 이번 판결로 자동차업계의 사내 하도급 관행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게 됐다.
대법원 판결은 비단 현대차·기아 소송 당사자만이 아닌, 제조업 전반에 만연한 불법파견 관행에 대한 심판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향후 유사 소송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원청을 상대로 한 파견노동자의 지루한 소송전을 끝낼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공고화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만 가능하다. 언제까지 하청노동자가 정규직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처우 면에서 차별받는 일을 지켜만 볼 건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라는 중대 현안을 기업 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소송 당사자만 제한적으로 구제되는 일이 되풀이될 뿐이다. 정부 대책도 한계가 있다. 그동안 불법파견 집중 단속에만 치중해왔다. 지난 19일 고용노동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조선업 이중구조 해소 대책을 내놨지만 이 또한 인센티브를 통한 원청의 자율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봉책일 뿐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노사정 협의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정부는 경사노위가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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