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 참여 등 범정부 차원의 5대 분야별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청년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고, 분야별 맞춤 정책을 통해 청년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청년 정책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기존 제도를 변형하거나 현실을 무시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민관 협업에 기반한 일자리 지원과 신산업 훈련 강화다. 고용노동부는 기업 주도 프로그램 확대, 대학 저학년부터 취업 지원, 공정 고용문화 확립을 위한 공정채용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민관이 변화하는 구직환경에 맞추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정부가 할 일을 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들에 대한 직접 지원 예산을 줄이고 민간에 주도권을 넘겼다. 중소기업 근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을 올해 2750억원에서 내년 164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중소기업 근무 청년이 5년간 720만원을 적립하면 회사가 1200만원, 정부가 1080만원을 지원해 총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금융상품이다. 청년들에게 매우 인기 높은 정책인데 갑자기 사업을 축소했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의 희망을 꺾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고착화할까봐 걱정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을 내놓았다. 시세의 70~80% 가격으로 분양하는 공공주택을 미혼 청년에게 특별공급하고, 분양가의 80%까지 5억원 한도로 40년간 연 1.9~3%의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청년 대상 공공주택 물량을 대폭 늘리고, 대출조건도 파격적으로 완화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저소득 청년의 현실을 고려한 것인지에는 의문이 든다. 정부는 3억5000만원에 분양하는 공공주택이라면 2억8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으니, 초기 부담금은 7000만원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목돈 7000만원이 있고, 40년 동안 매달 100만원 가까운 원리금을 부담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까. 여유 있는 청년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올해 9월 기준 청년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일자리 질은 떨어진다.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위기가 영끌·빚투에 지친 청년세대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청년들을 위한 대책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문제는 정책의 적실성이다. 기존 정책들을 이리저리 다 끌어모아 거창한 이름으로 발표한다고 효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는 실제 청년들의 고충을 감안한, 현장에서 먹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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