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전날 분단 후 처음으로 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데 이어 무력시위 강도를 높였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한·미가 북한의 ICBM 발사에 맞서 4일 끝날 예정이던 연합공중훈련을 연장하기로 결정해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ICBM이 최고 고도 약 1920㎞, 비행거리 약 760㎞, 최고 속도 마하 15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발사 후 1·2단 추진체는 성공적으로 분리됐지만 탄두부가 비행 중 추력이 약해 정상비행을 하지 못한 채 소실돼 실패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에 발사한 ICBM은 지난 3월 말 ICBM 시험발사 중단선언을 파기할 때 쏜 것에 비해 최고 고도(6200㎞ 이상)가 낮아 정상 발사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올해 ICBM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7번째로, 지난 5월 말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 9월부터 남측을 겨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미국령 괌을 사정거리 안에 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후 미 본토를 위협하는 ICBM까지 쏘며 도발의 수위를 높였다. 비록 5개월여 만에 재개된 ICBM 발사는 실패했지만 북한이 추가 발사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이 ICBM까지 쏜 이상 7차 핵실험은 시간문제가 됐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8일) 이전에 7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다음주 초까지가 최대 고비인 셈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미·러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 더욱이 미 국방부는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핵사용 시 정권 종말’을 언급하고, 백악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며 북한을 자극했다.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지난 2일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미 공군은 이날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하기로 했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맞서 비례 대응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이 ICBM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7차 핵실험을 한다면 남북, 북·미 관계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진정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당장 무력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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