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55년 죽마고우’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아들인 이 교수는 1967년 서울 대광초 1학년 때 윤 대통령을 만났고 서울대 법대(79학번)까지 같이 다녔다. 검사가 된 윤 대통령과 달리 학계로 진출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캠프 싱크탱크인 미래비전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과 전문가 접촉, 대선 승리를 옆에서 도운 핵심 인사였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을 일절 맡지 않았다. ‘윤핵관’으로 승승장구한, 또 다른 죽마고우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는 딴판이다. 이 교수의 행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비서관을 연상시킨다. 양 전 원장은 공직을 고사하다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2020년 총선 승리를 이끈 뒤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 전 비서관은 ‘자연인으로 남겠다’는 말을 실천에 옮겼다.
그런 이 교수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부인 탓이다. 윤 대통령이 16일 사의를 표명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후임에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을 내정했다.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백 청장의 사임은 만시지탄이나, 그 후임이 대통령 죽마고우의 배우자라니 말문이 막힌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지 내정자는 20여년간 국내외 주요 보건·연구기관에서 활동한 국제적인 감염병 전문가라고 한다. 대통령 친구의 부인이라 해서 공직을 맡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질과 능력을 따지기에 앞서 윤 대통령의 인사 논란에 ‘죽마고우 보은 인사’라는 꼬리표가 더해진 것은 몹시 씁쓸하다.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표적인 학연(충암고·서울법대)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축이 된 검찰 편중 인사로 줄곧 도마에 올랐다. 지 소장 내정은 윤 대통령의 좁은 인재풀의 반복일 뿐이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 당선 시절 “2027년 5월, 퇴임 후 청와대를 나온 뒤 다시 만나자”며 “이게 마지막 연락이 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공사를 구분하고, 공직 진출에도 선을 그은 것이다. 이 교수에게 묻고 싶다. ‘5년 뒤 만나자’고 한 약속은 빈말이었나. 배우자의 등 뒤에 숨는 것만큼 비겁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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