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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파업 철회하자 노조 압박하는 정부·운송사, 대화 나서야(221212)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자마자 정부와 운송사들이 노조를 옥죄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국토교통부는 현장 미복귀 노동자에 대한 행정처분·손해배상 청구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등 관련법 개정 논의에 관심이 없다. 이 와중에 운송사들까지 노조원을 핍박하고 있다. 파업을 푼 지 얼마나 됐다고 노조를 압박하나. 다시 노·정 간 갈등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공정위의 화물연대 조사는 애초부터 잘못된 대응이다.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공정거래법(부당공동행위)은 노동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 공정위도 이 때문에 과거 화물연대 파업에 개입하지 않았다. 이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최근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 이제 와서 화물노동자를 갑자기 사업주로 간주하고 처벌에 나선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게다가 국토부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며 파업까지 벌인 안전운임제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선 복귀 후 대화’라는 기존 입장까지 뒤집는 데서 노조를 존중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민간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충남 지역의 일부 운송사들이 파업 참가 노동자들에게 ‘화물연대 탈퇴 확인서를 가져와야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고 압박한 사실이 경향신문 취재로 11일 드러났다. 이들은 또 노동자들이 파업 기간 중 신속히 업무에 복귀하라는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일간 운송정지를 통보하거나, 노조 간부의 집행부 사퇴를 나머지 조합원 업무 복귀 조건으로 강요하기도 했다. 파업 참가자에 대한 명백한 보복 조치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될 불법행위다.

여권은 정부의 강경 대응이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를 이끌어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주말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오른 데 ‘노조 대응’이 한몫한 것은 맞다. 그러나 정부의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이 잘못됐다는 응답이 절반(51%)에 이르고, 화물차 안전운임제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8%가 ‘적용 범위 확대 지속 시행’을 지지했다. 화물노동자 근무여건 개선 노력이 한참 미흡하다는 게 진짜 여론이다. 정부·여당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평가에 현혹될 때가 아니다. 정부는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을 즉각 중단하고, 안전운임제 확대 논의와 더불어 대화를 통한 해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