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 특별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패했다. 매사추세츠주는 공화당이 1972년 이래 상원선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민주당의 ‘아성 중 아성’이었다. 그런 곳에서 패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좌불안석일 터이다. 민주당이 잃은 것은 연방 상원의원 ‘1석’만이 아니다. 정국 주도권을 빼앗겼다. 당장 상원에서 ‘슈퍼 60석’이 붕괴되면서 보건의료개혁 논의는 중단됐다. 오바마의 개혁은 빛바랠 위기에 놓였고, 그의 재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범한 재선 대통령보다는 좋은 단임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은 빈말이 아니다. 민주당의 앞날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중간선거가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1994년의 악몽’이 유령처럼 주위를 맴돈다. 바로 ‘보건의료개혁 좌절-11월 중간선거 패배-2012년 대선 패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때도 그랬듯 보건의료개혁 좌초가 그 단초가 될 수 있다.
사자굴에서 승리한 스콧 브라운은 차기 대선후보 얘기가 나돌 정도로 기세등등하다. 조그비 여론조사 결과 지금 오바마와 가상 대선을 펼칠 경우 지긴 하지만 오차범위 이내(1.9%포인트)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공화당은 ‘스콧 브라운 효과’가 중간선거 때까지 이어지길 갈망하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 시사주간 타임은 공화당이 5곳 정도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화당은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마이클 스틸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인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이유로 이념과 전술, 지도자의 부재 등을 꼽았다. 브라운이 민주당 텃밭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밑바닥 민심을 잘 헤아린 덕분이다. 반면 민주당은 유권자들을 자신들의 영원한 지지자로 착각할 정도로 오만했다. 민주당의 엘리트 중심·기업 중심 정치에 일반 유권자들이 식상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이 매사추세츠주에서 졌다고 해서 중간선거에 불리한 것은 아니다. 매사추세츠주 선거 결과는 민주·공화 양당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오바마는 연두교서에서 “통치의 책임은 이제 당신들(공화당)의 것이 됐다”고 큰소리를 쳤다. 여론조사 결과도 민주당에 유리하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2008년 대선 당시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공화당에 8%포인트 앞섰다. 주별 판세 분석에서도 50개주 가운데 민주당은 적어도 33개주에서 우세를 보인 반면 공화당은 4곳에서만 확실한 우세를 보였다.
오바마는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뿐 아니라 지난해 뉴저지 및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때도 지원 유세를 펼칠 정도로 세 번의 선거에 공을 들였다. 결과는 3전3패. 매사추세츠주 선거 패배를 계기로 오바마는 전략을 수정했다. 전매특허인 화려한 연설을 무기로 삼아 다시 ‘민심 속으로’ 파고드는 전략이다. 하지만 세차례 선거 패배가 남긴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이미지 정치에 의존하다간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바로 민주당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말한다. 모든 것은 오바마에게 달렸다고. 그리고 그 시작은 오바마와 그 주변부터 바꾸는 것이라고. 그것은 오바마의 하버드대 스승인 크리스 에들리 교수의 지적대로 자만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등 오바마의 철학과 다른 측근들을 바꾸는 데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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