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경기도 파주시의 20대 총선 예비후보 3명이 최근 잇따라 매스컴을 탔다. 두 명은 현역 국회의원이다. 나머지 한 명은 시장을 두 차례 지낸 인사다. 현역 의원 중 한 명은 3선의 집권당 사무총장이다. 세 사람이 매스컴을 탄 직접적인 사유를 살펴보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축소판 같다. 막말 논란과 취업 청탁 같은 도덕성 논란은 물론 집권당의 계파 간 공천을 둘러싼 싸움, 제1야당의 물갈이 공천, 그리고 국회의원에 임하는 후보의 자세와 후진적 정치문화가 얽혀 있다. 볼썽사납고 씁쓸한 장면들이다.
첫 번째 인사는 내 옆 동네 국회의원인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보온병 포탄’으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그는 지난 10일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을 문제 삼아 보이콧을 선언하고 이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날 발표된 2차 공천 명단에서 김무성 대표가 보류된 일이 사단이었다. 황 의원의 보이콧 선언은 친박과 비박 간 공천을 둘러싼 계파 싸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는 비박계다. 비박계를 자극한 직접 원인은 그 직전에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제공했다. 윤 의원이 김무성 대표에게 “죽여버려 이XX 다 죽여”라고 한 전화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당 대표에게까지 저렇게 막말을 하며 안하무인이라면 일반 국민은 어떻게 여길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새누리당의 계파 싸움에 들러리 서는 유권자들의 서글픔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두 번째는 우리 동네 국회의원 윤후덕 후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2차 ‘컷오프’(공천 배제) 명단에 이름을 올린 5명의 현역 의원에 포함됐다. 현역 의원의 공천 배제는 사유가 뭐든 당사자로서는 불명예이자 창피스러운 일이다. 그가 배제된 건 딸 취업청탁 때문인 것 같다. 그의 공천 배제 소식을 듣는 순간 지난 1월 어느 추운 날 아침이 떠올랐다. 출근하기 위해 버스 정류소로 총총걸음으로 가는데, 누군가가 악수를 청했다. “윤후덕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었다. 이사온 지 1년 만에 낯선 환경에 익숙해질 무렵, 총선이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내건 물갈이 공천의 잣대는 경쟁력과 도덕성이다. 윤 의원은 도덕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유권자들의 기준도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 번째 인사는 옆 동네 새누리당 예비후보 류화선 전 시장이다. 안심번호로 여성당원에게 지지를 호소한 전화통화가 문제였다. ‘별 거지 같은 X한테 걸렸네’ ‘이 더러운 걸 내가 왜 하려 하는지 아휴~’. 전화가 끊긴 줄 알고 혼자 한 말인데, 상대방이 녹음해 지역 언론에 공개했다. 새누리당은 탈당을 권유했고, 류 후보는 거부하고 있다. 그의 푸념은 국회의원 후보의 자세와 우리의 후진적 선거풍토·정치문화를 동시에 떠올린다. 유권자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오만과 의정활동보다 경조사나 지역행사에 열심히 얼굴을 내밀어야 당선될 수 있다고 여기는 의원들과 이를 받아들이는 유권자들. 이 같은 후진적 정치문화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조찬제 편집장 helpcho65@kyung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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