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코로나19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주제는 ‘안전하게 직장과 학교로 돌아가기’였다. ‘경제 정상화 재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현안이다. 자가 격리 탓에 화상으로 참석한 한 증인이 말했다. “각 주나 도시들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없이 서둘러 문을 연다면 발병 사례가 급증할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 정상화 재개는 시기상조라고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소신 발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멤버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80)이다.
파우치는 앞서 트럼프가 부활절(4월12일)을 경제 정상화 시점으로 고려할 때 포기시킨 적이 있다. 데이터로 트럼프를 설득한 덕분이었다. 반면 트럼프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해고 직전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부활절 날 CNN 인터뷰에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3월 중순이 아닌 2월에 했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트럼프는 ‘파우치를 해고하라(#FireFauci)’는 트윗을 리트윗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반대자들이 ‘트럼프를 해고하라(#FireTrump)’고 맞대응하자 “해고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파우치의 청문회 발언 이후 트럼프의 태도는 달라졌다. 트럼프는 지난 13~14일 “받아들일 수 없는 답변이다” “그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연이어 비판했다.
파우치는 ‘전염병 대통령’으로 불린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36년간 오로지 에이즈,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 등 전염병과 싸워온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파우치는 트럼프와 대척점에 서왔다. 그럼에도 비과학적이고 즉흥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에게 올바른 결정을 하게 하는 균형추 역할을 했다. 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열정이 그 힘이었다. 이 때문에 파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팀 가운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추앙받았다. 무엇보다 그는 전염병 대응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이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트럼프는 파우치를 해고할 수 있을까. 파우치 없는 코로나19 대응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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