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21일자 경향신문 1면 제목이다. 그러나 기사는 없다. 그 자리에는 뒤집어진 안전모 그래픽과 무수한 이름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름 뒤에는 ‘떨어짐, 끼임, 깔림·뒤집힘, 부딪힘, 물체에 맞음’ 같은 간단한 설명이 붙어 있다. 산업재해 현장에서 주요 5대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이다. 2018년 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748명이 그렇게 스러졌다. 이날 지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이지만 노동자의 죽음에 무감각한 한국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코로나19 사태는 신문 편집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부고면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탈리아에서 ‘죽음의 도시’로 불린 북부 베르가모의 지역지 에코 디 베르가모 지난 3월14일자에는 부고면이 10개면이나 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달 11일을 기점으로 사망자 숫자가 가장 많아진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보스턴글로브의 지난달 19일자 일요판 부고면은 무려 16면이었다. 파격적인 그래픽도 등장했다. 지난 3월27일자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린 그래픽은 중하단부 맨 왼쪽단에서 완만하게 오르내리던 곡선이 오른쪽 끝에서 갑자기 제호 아래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신청 추이였다. 코로나19발 실업사태의 심각성을 한눈에 보여준 그래픽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압권은 뉴욕타임스 지난 24일자 1면이다. 지면에는 기사와 사진, 그래픽이 없다. 대신 ‘미국 사망자 10만명 육박, 막대한 손실’이라는 제목과 ‘그들은 단순히 명단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였다’라는 부제 아래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과 간단한 소개가 지면을 가득 채웠다. 신문 1면 전체를 부고로 채운 것은 1851년 창간된 뉴욕타임스로서는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사망자 10만명을 계기로 숫자를 보는 데 지친 독자들에게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편집진의 선택이다. 명단은 미국 내 수백개 매체의 부고란을 뒤진 끝에 약 1000명을 선정했다. 전체 사망자의 1%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코로나19 희생자들을 대표한다. 산 자들과 죽은 이들이 하나라는 메시지에서 숙연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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