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약자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는 ‘갑질’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다. 2군사령관 재직 시 부인의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그는 불명예 전역했다. 재판을 통해 직권남용 혐의는 벗었지만 다른 비위가 드러났다. 뇌물 수수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부정청탁은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로 인해 박 전 사령관은 군인으로서 씻기 어려운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총선에서 여론에 밀린 제1야당이 그의 영입을 포기해 정계 진출도 좌절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폼페이오 부부가 보좌관에게 애완견 산책, 세탁물 찾아오기, 식당 예약 등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국무부 감찰관을 해임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폼페이오 부부의 갑질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지목됐다. 폼페이오의 갑질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CNN은 그와 가족이 직원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돼 의회가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중동 출장에 부인이 동행한 것도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장관 출장에 부인이 동행하는 일은 흔하다. 문제는 부인이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정지)으로 국무부 직원 대다수가 무급으로 일하던 때에 동행했다는 점이다. 박 전 대장이 부인에 대한 소문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상관의 귀띔에 부응하지 못한 것과 닮았다.
폼페이오의 갑질 파장이 심상치 않다. 폼페이오가 감찰관을 보복성으로 해임하도록 트럼프에게 건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공직자의 직권남용이나 불법행위에 대해 엄격하다. 이런 미국에서 자신의 불법을 파헤치려는 감찰관 해임에 압력을 행사했다면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의회는 감찰관 해임이 폼페이오 보호를 위한 불법 보복 조치였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트럼프에게 30일 내에 감찰관 해임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다급해진 트럼프는 부인이 없다면 폼페이오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좌관이 설거지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2024년 대선의 공화당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폼페이오는 갑질 논란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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