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 미국인이 소유한 총기는 약 3억9300만정이다. 미국인 모두가 1정씩 가져도 약 6680만정이 남아돌 정도다. 총기 사고도 잦고, 사망자도 많다. 1968년 이후 50년간 약 150만명이 총기 사고로 숨졌다. 모든 전쟁에서 숨진 미국인(약 120만명)보다도 많다. 그럼에도 미국인의 총기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인의 총기 소유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 총기협회(NRA)다. 1871년 사격술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여가 단체에서 출발해 미 최대 총기옹호 이익단체이자 로비단체로 성장했다. 2018년 기준 회원은 약 550만명이다. 전체 수익 4억1200여만달러 가운데 가입비 수익만 1억7000만달러가 넘는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등 전직 대통령 8명이 회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NRA 연례총회에서 연설할 만큼 열광적인 회원이다. NRA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는 말로도 다 표현하기 어렵다. 한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선거의 경우 NRA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 후보 비율은 72%에 이른다. 총기 규제에 대한 반대도 유명하다. 대규모 학교 총기 참사가 터질 때마다 높아지던 총기 규제 목소리가 흐지부지되는 배경에 NRA가 있다.
그 NRA가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NRA가 등록돼 있는 뉴욕주의 검찰총장이 지난 6일 공금 유용 등 비리 혐의로 주 법원에 해체 소송을 제기했다. 혐의가 적발된 4명은 부회장과 법률고문, 최고재무책임자 등 최고위직들이다. 공금을 쌈짓돈처럼 써온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NRA로서는 악재의 연속이다. 코로나19로 올해 연례총회는 무산됐다. 워싱턴의 NRA 로비조직은 공금 유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뉴욕주 검찰총장은 “어떤 조직이든 법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NRA는 모든 힘을 동원해 맞서겠다지만 운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론들은 이번 소송이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검찰 수사를 비난하며 총기 소유에 우호적인 텍사스주에 등록하라고 권유했다. 백신 개발과 우편투표에 이어 NRA가 대선 변수가 됐다. 위기의 NRA가 이번 대선에서도 힘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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