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기지 국가’다. 전 세계 국가가 해외에 설치한 군사기지의 약 95%가 미군 기지다. 미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월 현재 미군의 해외 기지는 45개국 514곳에 이른다. 2015년 <기지 국가(Base Nation)>를 쓴 데이비드 바인은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면 70여개국 800곳 정도로 추산했다. 지금은 81개국 등지 약 750곳으로 추정한다.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의 해외 기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반면 중국은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 한 곳에 해외 기지를 두고 있다. 그것도 2017년 8월부터 운용 중이다. 프랑스와 러시아, 영국이 10~20곳을 운용 중인 것에 비교해도 적다. 지부티에 1호 기지를 둔 이유는 이곳이 수에즈 운하로 가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도 같은 이유로 이곳에 기지를 두고 있다. 당시 서방에서는 지부티 기지가 군사적으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이 서아프리카 적도기니에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보도했다. 이 기지가 완성되면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 동서에 기지를 하나씩 확보하게 된다. 미국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대서양 건너편에 중국의 군사기지를 두는 껄끄러운 상황을 맞는 것이다.
중국 해외 기지가 아프리카에 쏠리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이 냉전 이후 미·중 경쟁의 격전장이 되고 있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영향력을 키웠다. 돈을 꿔주고 광산개발 등 이익에 개입하는 ‘부채외교’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중국은 아프리카에 미국보다 3개 더 많은 52개 공관을 두고 있다. 미국은 2007년 10월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상황만 전담해 대응하는 아프리카사령부를 설치했다.
중국의 해외 기지 건설 야망은 끝이 없다. 아프리카의 세 번째 기지 후보국으로는 탄자니아가 거론된다. 파키스탄, 캄보디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유력 후보지다. 하와이섬과 1800마일 떨어진 태평양의 키리바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도처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는 상황이 우려된다. 양국은 냉전 시절 미·소가 벌였던 대결의 결말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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