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종종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피해도 더 커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렇다. 당초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위가 예상됐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항전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은 누구도 전쟁의 향배를 짐작하기 어렵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의 전쟁’에서 ‘바이든의 전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상원의원·부통령 시절 바이든은 외부의 위협에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지만 군사적 조치는 선호하지 않았다. 부통령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20년 만에 종식시켰다. 그런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조급해 보일 정도로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 푸틴을 ‘전쟁범죄자’ ‘도살자’로 지칭한 것을 넘어 “푸틴은 권좌에 있을 수 없다”고까지 했다. 외교적인 실언이었지만,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시사해 큰 파장을 낳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군사적 지원은 아끼지 않았다. 최근엔 330억달러(약 41조77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지난 3월 의회가 승인한 136억달러의 두 배가 넘고, 지난해 러시아 국방예산(659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바이든의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바이든의 개입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인의 항전을 ‘자유를 위한 새로운 전투’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고전은 확전의 명분이기도 하다. 전쟁 결과는 향후 국제질서를 바꿀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거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와 푸틴의 위상은 추락한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을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아들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 부리스마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으로 지난 대선 때 크게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바이든의 구세주가 될까, 아니면 무덤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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