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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국감에서도 ‘극우·반노조’ 발언으로 무자격 드러낸 김문수(221013)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국정감사는 김문수 위원장의 극우·반노동 성향 탓에 파행으로 얼룩졌다. 김 위원장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종북’이라고 표현했던 지난해 페이스북 글이 발단이 됐다. 윤 의원이 ‘(제가)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냐’고 묻자 “그런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 ‘화물연대가 북한에서 하는 것과 똑같다’라는 막말을 이어왔다”고 지적하자 “(제 발언 중 일부만) 제목으로 뽑아 사과하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야당 의원을 면전에서 모욕하고, 반노조 입장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김 위원장의 극우·반노조 성향은 임명 때부터 논란이 됐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총살감’이라 하고, 민주당을 ‘종북 김일성주의자’라고 불러 극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위원장 임명 직전에도 파업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독려하고 노동자를 향해 색깔론을 제기해 물의를 빚었다. 자격 시비가 일자 지난 4일 취임식에서 “더 진지하고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아가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불과 일주일 만에 빈말이 됐다. 오죽하면 국감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김형동·지성호 의원까지 김 위원장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겠는가. 김 위원장은 국감이 두 차례 정회됐다 재개된 후 “제 SNS 글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했지만 이미 파행으로 얼룩진 뒤였다.

국감장에서 보인 김 위원장 태도는 사회적 갈등을 대화로 풀어야 할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자격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지금 경사노위 앞에는 어려운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그중 하나다. 파업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 법안은 최대 노동 현안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의견 수렴 절차 한번 거치지 않은 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의 수장이 취할 자세는 아니다. 노사 간 견해차가 크다면, 양측 의견을 두루 듣고 전문가들 입장도 청취하는 게 옳다. 이런 사람이 위원장으로 있으면 노동 현안을 해결하기는커녕 분열과 갈등의 골만 깊게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를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