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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12]“너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가”(2015.10.13ㅣ주간경향 1146호) 휴가 갈 때 동료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너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가.” 회삿일일랑 걱정 말라며 건네는 인삿말이다. 이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될 수가 있다. 누구든 저성과자로 몰려 퇴출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바로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혁이다. 내용 하나하나가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투성이다.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일반해고 요건이 완화되면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무너진다. 최대 피해자는 노조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현재 노조 조직률은 10% 선. 전체 노동자 100명 중 90명이 쉬운 해고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숫자가 1.. 더보기
[편집실에서11]우리의 코빈은 어디 있나(2015.10.06ㅣ주간경향 1145호) 나토 및 유럽연합 탈퇴, 해외파병 중단, 오사마 빈라덴을 암살한 미국 비난, 일방적 핵무기 폐기, 이라크전에 개입한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전범 기소…. 대외정책뿐 아니다. 국내 개혁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부자 세금 인상, 기업에 대한 세금 우대조치 중단, 사회 인프라와 재생에너지를 위한 양적완화 실시, 건강보험 민영화조치 중단, 왕정 폐지, 에너지·철도·우편 국유화, 대학 등록금 무료화, 여성 장관 절반 기용…. 이 같은 급진좌파 성향의 정책을 주장한 이는 지난 12일 압도적 지지로 영국 야당인 노동당 대표가 된 제러미 코빈(66)이다. 우리에겐 금지된 언어를 말하는 코빈도, 이를 받아들이는 풍토도 부럽다. 기존 엘리트 지도부 일부가 자진사퇴하고, “차기 총선에서 전멸할 것”(블레어 전 총리)이라느니 “.. 더보기
[편집실에서10]아무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2015.09.22ㅣ주간경향 1144호) ‘아무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 집이 상어의 아가리가 되지 않는 한/ ……/ 아무도 자식들을 보트에 태우지 않는다/ 바다가 육지보다 더 안전하지 않는 한/ ……/ 아무도 난민 캠프나 알몸 수색을 선택하지 않는다/ 당신의 몸이 아픈 채로 버려지는/ ……/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집은 상어의 아가리이고 총구다/ 그리고 아무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 집이 당신을 뒤쫓지 않는 한/ 집이 다리를 재빨리 움직이라고 말하지 않는 한/ …….’ 케냐 태생의 소말리아계 영국 여성시인 와르산 쉬레(27)의 ‘아무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No One Leaves Home)’이다. 두 장의 사진이 이 시를 떠올리게 했다. 터키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소년 아일란과 독일 뮌헨역에 도착해 환히 웃으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