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18]정치에 속고 자본에 털리고(2015.11.24ㅣ주간경향 1152호) 첫머리는 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만나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왕이 말한다. “선생께서는 천리를 멀다 않고 오셨는데, 분명히 내 나라를 이롭게 할 방도가 있겠지요?” 맹자가 답한다. “왕께서는 어찌 꼭 이로움을 말하십니까(王何必曰利). 오로지 어짊과 의로움이 있을 따름입니다(亦有仁義而已矣).” 맹자의 말은 이어진다. 요약하면 왕이 이익을 추구하면 대부와 백성들도 차례로 이익을 추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이(利)는 사익이고, 의(義)는 공익이다. 군주는 힘에 의한 패도정치 대신 왕도정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게 맹자의 가르침의 핵심이다. 안타깝게도 23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왕도정치가 아닌 패도정치가 판치는 시대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정치권을 보자. 청와대와 정부는 .. 더보기 [편집실에서17]0.1%가 99.9%를 깔보는 나라(2015.11.17ㅣ주간경향 1151호)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세력이 쏟아내고 있는 망발 가운데 파렴치의 극치는 무엇일까. 어떤 이는 ‘국정화 반대=비국민’ 발언을 해 검찰에 고발된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꼽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3일 대국민 담화에서 “(전체 학교의)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고 한 황교안 총리의 언급에 더 눈길이 간다. 황 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하려고 검정 교과서 체제가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근거로 과거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을 예로 들다가 예의 망발을 했다.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중 세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 교학사 교과서만 정상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이 말은 바꿔 말하면 0.1.. 더보기 [편집실에서16]하워드 진과 ‘국정화 매카시즘’(2015.11.10ㅣ주간경향 1150호) 를 쓴 진보역사학자 하워드 진(1922~2010)은 26년 전 진보잡지 에 ‘공산주의’에 대해 쓴 적이 있다. 1948년 미 하원의 ‘비미국인활동색출위원회’는 ‘당신이 공산주의에 대해 알아야 할 100가지’라는 제목의 팸플릿을 배부했다. 이 위원회는 1938년에 나치 협력자 색출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당시에는 공산주의자 색출로 변질돼 있었다. 팸플릿에는 100가지 질문과 답변이 기록돼 있었다. 진은 3개의 질문과 답을 예시한다. 예컨대 질문 76번은 이렇다. ‘일상생활 어디에서 공산주의자를 발견할 수 있을까.’ 답은 ‘당신이 다니는 학교, 노조, 교회 또는 민간단체에서 찾아보면 된다’이다. 하워드 진이 글에서 말하고자 한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산주의는 기괴하지만 심각한 여파를 몰아온 이데올로기라는 점.. 더보기 이전 1 ··· 185 186 187 188 189 190 191 ··· 2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