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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21]두 딸 이야기(2015.12.15ㅣ주간경향 1155호) 두 딸이 있다. 한 명은 갓 태어났고, 한 명은 환갑을 훌쩍 넘겼다. 두 딸 모두 아버지가 유명하다는 점이 닮았다. 덕분에 갓난아기의 앞날은 창창하고, 다른 한 명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태평양 양편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것만큼 두 딸의 차이는 크다. 가장 큰 것은 두 딸을 바라보는 내 감정이다. 한 명에게서는 희망과 감동이, 다른 한 명에게서는 절망과 분노가 느껴진다. 갓난아기는 ‘금수저’를 입에 물고 세상에 나왔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출생 선물은 ‘통 큰 기부’였다. 기부액은 무려 약 52조원이나 된다. 그가 직접 받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자산의 99%를 일생 동안 기부하겠다고 온 세계에 약속했다. 선물에는 아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모든 부모의 마음이 담겨 .. 더보기
[편집실에서20]복면 벗기기(2015.12.08ㅣ주간경향 1154호) 하얀 얼굴에 짙은 눈썹과 눈웃음 짓는 듯한 눈매, 그리고 양쪽 끝이 위로 치솟은 콧수염과 세로로 한 줄로 난 턱수염. 가만히 보면 전체적으로 상대방을 조롱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이 얼굴의 주인공은 ‘가이 포크스’ 가면이다. 410년 전에 영국 국왕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실존 인물이다. 그 후 영국에서는 국왕의 무사와 암살음모 재발 방지를 위해 그의 상을 태우는 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최근 ‘11·13 파리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국가(IS)에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 덕분에 가이 포크스가 다시 유명세를 탔다. 가이 포크스가 축제 속 인물에서 현대적 의미로 되살아난 계기는 약 10년 전쯤 상영된 영화 덕분이다. 영화의 주인공 브이가 이 가면을 쓰면서 저항의 상징이 된 것이다. .. 더보기
[편집실에서19]무엇이 잘못됐을까(2015.12.01ㅣ주간경향 1153호 ) 어느 날 갑자기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들 배경에 청·백·적색의 프랑스 국기가 등장했다. 프랑스 국기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펄럭이고 있다. 프랑스 국기의 삼색은 각각 자유·평등·박애를 의미한다. 왕정 철폐와 시민국가의 탄생을 의미하는 프랑스 혁명 정신이 담겨 있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도 경기장과 의회 등에서 울려퍼졌다. 모두 ‘11·13 파리 테러’ 이후의 풍경들이다. 피로써 쟁취한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가치를 공격한 데 대한 분노이자, 희생자를 기리고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연대감의 표시다. 14년 전에도 그랬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심장부가 알카에다의 여객기 테러로 공격당했을 때 전 세계인은 한마음으로 애도하고 연대를 표시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