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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이례적으로 핵전쟁 방지 결의한 5개국, 실천에 옮겨야(220105)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들이 3일(현지시간) 핵전쟁과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보유국 간의 전쟁 방지와 전략적 위험 저하를 우리의 우선적 책임으로 간주한다”면서 핵무기의 방어적 목적 사용, 핵무기 추가 확산 예방,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준수 등을 강조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핵 보유 5개국이 한목소리로 책임을 강조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핵 보유 5개국이 핵전쟁 방지 책임을 강조하고 방어적 목적의 핵무기 사용으로 제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목할 것은 이번 공동성명이 우크라이나와 대만해협에서 미·유럽과 중·러의 대립이 신냉전을 방불케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번 공동성명이 두 .. 더보기
[사설] 군함도 약속 뒤집고 ‘사도 광산’ 문화유산 추진하는 일본(211230)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의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 후보로 지난 28일 선정했다. 일본의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에 대한 문화유산 등재 시도는 2015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재 때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겠다고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이번 추진이 국제규범에 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도 광산은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이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9년에 발간한 자료에는 전시 기간 중 최대 1200여명의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이 광산에서 강제노역한 조선인이 1140명에 달하며, 이들이 월급도 .. 더보기
[사설] 대선 후보가 약속한 타임오프제조차 통과 못 시키는 여야(211227)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6일과 21일, 22일 세 차례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타임오프제는 공무원·교원 노조의 전임자에게 노사교섭이나 산업안전, 조합원 고충처리 등 노무관리 성격이 있는 업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까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 바와 딴판이다. 타임오프제는 노동개혁법안 중에서도 가장 쉽게 풀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 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 추계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 때문에 법 통과가 지지부진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면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 대상자.. 더보기
[사설] 군내 성추행 경종 울린 공군 이 중사 가해자 9년 징역형(211218) 고 이예람 공군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치상 등)로 기소된 장모 중사에게 징역 9년형이 선고됐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17일 “피해자의 죽음을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해도 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검찰이 구형한 15년형보다는 낮지만 강제추행치상 형량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1심 선고 형량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군내 성추행과 이 중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군의 부실 대응을 단죄한 것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이 중사 사건은 발생은 물론 이후 수사 등에서 군의 충격적인 부실 대응을 드러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초 저녁 자리에 불려 나갔다가 선임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 더보기
[사설] 경영난 빌미 삼은 ‘통상임금 미지급’에 쐐기 박은 대법원(211217) 노동자들이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고 회사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잇따라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는 16일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이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도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기업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경영상 어려움을 빌미로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아온 기업들의 관행에 쐐기를 박은 판결로 평가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노동자들의 추가 수당 요구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신의칙이란, 계약 당사자는 신뢰.. 더보기
[사설] 충격적인 공군 성추행 은폐 의혹, 진상 낱낱이 밝혀야(211215) 지난 5월 발생한 공군 제8전투비행단 A하사 성추행 사망 사건의 가해자인 B준위가 지난해 또 다른 성추행을 저지른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군 당국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이 B준위의 추가 성추행을 은폐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군 당국이 B준위 성추행 의혹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A하사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군의 안이한 대응을 용납할 수 없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A하사 사망 사건 군 수사기록에는 B준위가 지난해 또 다른 성추행을 저지른 정황이 보인다. 또 다른 성추행의 피해자는 지난해 B준위가 뒤에서 손을 잡고 팔 안쪽 겨드랑이를 만지거나, 자신과 마주쳤을 때 “보러 온 줄 알고 설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났을 때는 “너무 그리웠다”는 말을 .. 더보기
[사설] 첫 대북 제재 바이든 행정부, 대화도 포기 말아야(211213)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독자적 제재 조치를 취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0일 중국과 미얀마 등 각국의 인권 침해에 관련된 개인과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북한의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을 이유로 북한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 등을 포함시켰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새로운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관계 개선에 또 다른 악재여서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종전의 제재와 다른 점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상황과 관련된 제재라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역대 행정부처럼 북한의 인권 상황은 규탄했지만 인권 문제를 대화나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더보기
[사설] 김용균 3주기,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211210) 3년 전 오늘(10일) 발전소에서 일하던 20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어두운 작업장에서 혼자 일하다 숨졌다. 일터 곳곳에 만연한 산업재해에 경종을 울린 참혹한 죽음이었다. 이후 산재를 방지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바뀐 것이 전혀 없다는 현장의 아우성이 들린다. 김씨의 동료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이고, 위험한 일을 하청에 떠넘기는 관행도 그대로다. 오늘도 일터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의 죽음을 조사한 ‘김용균 특조위’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원·하청 구조가 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민영화를 위해 작업 공정을 무리하게 쪼갠 뒤 여러 협력사에 외주를 준 결과 위급상황을 막기 위한 현장의 소통이 단절되면서 김씨가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 더보기
[사설] 미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 정부 현명히 대처해야 미국이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외교 보이콧’을 하겠다고 6일 공식 선언했다.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은 허용하지만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을 성사시키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 정부의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라는 압박까지 받게 됐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미국의 외교 보이콧은 스포츠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대응이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마저 대중 포위망 구축에 활용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외교 보이콧이 격화되는 미·중 전략경쟁을 반영하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 더보기
[사설] 미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 검토”, 시험대 선 한국 외교(21112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 중이라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 사흘 만에 나온 외교적 강수다. 베이징 올림픽이 미·중 갈등의 새 불씨로 등장한 것이다. 보이콧이 현실화할 경우 미·중 갈등이 악화될 게 뻔하다.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계기로 삼으려는 정부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된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차원의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화할 경우 전면 보이콧 못지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미국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소련의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전면 보이콧은 1980년대 미·소 간 심각한 군비경쟁으로 이어졌다. 물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