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가 쓴 칼럼/마감후 썸네일형 리스트형 마감후29/오바마의 짐 '갈라진 미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떠오른 때가 2004년이다. 당시 마흔세 살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오바마는 그해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자로 섰다. “진보 미국도, 보수 미국도 없다. 미합중국만 있다”는 그의 명연설은 민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을 감동시켰다. ‘통합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오바마는 그 여세를 몰아 그해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고 4년 뒤 백악관에 입성했다. 오바마의 과거를 새삼 꺼낸 것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그가 미국 사회 갈등의 주범으로 떠올랐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4일 ‘2012년 미국인의 가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역할과 개인의 종교취향, 정치참여에 이르기까지 15개 부문.. 더보기 마감후28/죽은 빈 라덴에 기댄 오바마 지난해 5월 미국 특수부대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을 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침착했다. 밤 11시가 넘어 그 사실을 발표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TV카메라 앞에 선 그는 감정을 억눌렀다. “오늘 밤은 9·11 당시 팽배했던 단합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나흘 뒤 9·11 현장 ‘그라운드 제로’를 찾았을 땐 침묵의 헌화를 했다. 방송 인터뷰에서는 “축하 행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빈 라덴 시신 사진 공개 요구와 사망을 둘러싼 언론의 끝없는 의혹 제기에도 침묵했지만 이것이 미국의 공적 1호를 제거한 오바마의 허물이 될 수는 없었다. 한데 ‘죽은’ 빈 라덴이 1년 만에 되살아났다. 그를 되살린 이는 제거 명령을 내린 오바마다. 오바마가 1년 만에 빈 라덴을 되살린 이유는 뻔하다. 재.. 더보기 마감후27/이란 핵 논란과 랍비의 지혜 이쯤 되면 필시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의 말을 무시하듯 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그가 말을 바꿔도 마냥 믿기만 한다. 오히려 이 일에 개입해 편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압박마저 느낀다.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이스라엘 얘기다. 자고 일어나면 이란 핵개발 관련 뉴스가 외신을 뒤덮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 대권후보들까지 한목소리로 이란을 비난한다. 이스라엘은 한술 더 뜬다. 오는 7월까지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겠다며 미국마저 협박한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증거도 없고, 이란 핵무기 개발 예측시기에 대한 이스라엘의 말바꾸기가 이어지는데도 왜 사람들은 귀를 쫑그릴까. 이스라엘이 이란 핵무기 개발에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1998년 .. 더보기 마감후26/보스니아 교훈과 시리아 사태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의 감독 데뷔작 의 배경은 보스니아 전쟁(1992~95)이다. 전쟁 전 사랑에 빠진 무슬림 여성과 세르비아 남성이 전쟁 때 포로와 지휘관으로 만나는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지난 13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 사라예보에서 이 영화 시사회가 열렸다. 졸리는 시사회가 끝난 뒤 자신의 영화가 시리아 유혈사태를 막을 수 있는 국제사회의 ‘웨이크업 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해온 졸리에게는 보스니아 전쟁의 악몽이 시리아 참상과 겹쳐졌을 법하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정부군의 유혈진압으로 국민 5500여명이 사망했다. 지금도 홈스에서는 정부군의 무차별 포격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죽음과 굶주림의 공포 속에서 연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사.. 더보기 마감후25/호르무즈 해협과 돌고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 미국이 핵개발 의혹 때문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등 경제제재를 취한 데 따른 조치다. 미국은 이란이 동원할 수 있는 무기로 기뢰, 무장 고속정, 대전함미사일 등을 꼽는다. 이 가운데 기뢰를 가장 두려워한다. 그러나 묘책이 있다. 바로 ‘돌고래 부대’의 투입이다. 바레인에 있는 미 제5함대 사령관을 지낸 팀 키팅 전 제독은 미 공영 NPR방송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돌고래는 해저 물질을 탐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돌고래의 음파 탐지 능력은 놀랍다. 110m 떨어진 곳에 있는 크기 8㎝의 물체도 탐지한다. 눈을 가리고도 25센트와 10센트짜리 동전을 구분할 정도다. 특히 자연물과 인공물을 구별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미 해군은 돌고래의 이런 특성.. 더보기 마감후24/역사를 바꾼 분노와 저항 오랫동안 국제뉴스를 다루면서 2011년만큼 ‘격동의 해’라는 말을 실감해본 적이 없다. 새해 벽두부터 세밑까지 역사적인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워낙 큰 사건들이 많아 되돌아보는 데 숨이 막히고 가슴이 먹먹할 지경이다. 사건을 좇는 데만 급급해 세계사적인 변화의 큰 흐름을 제대로 읽고 짚어내지 못한 것이 아닌지 회한도 든다. 그럼에도 올 한 해의 의미를 정리하자면 ‘분노와 저항의 해’라고 부르고 싶다. 거리로 나선 수많은 사람의 분노와 저항은 인간정신과 시대정신의 표현이다. 이런 점에서 시사주간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the protester)’를 선정한 데 공감한다. 특히 리처드 스텐절 타임 편집장이 선정 이유로 밝힌 글 가운데 “시위의 물결은 소셜네트워크보다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 .. 더보기 마감후23/지금은 희망을 점령할 때다 1965년 3월21일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역사적인 행진이 시작됐다. 흑인의 투표권 쟁취를 위한 ‘셀마~몽고메리 행진’이었다. 미 전역에서 참여한 8000여명은 나흘간 약 87㎞를 걸어 25일 목적지인 몽고메리의 주의회 앞에 도착했다. 이 행진은 두 차례의 좌절 끝에 성취한 것이라 의미가 각별했다. 3월7일 첫 행진은 ‘피의 일요일’이라고 불릴 만큼 유혈이 낭자했다. 주 경찰은 셀마의 에드먼드 페티스 다리 위에서 행진하던 약 600명의 흑인을 향해 곤봉과 채찍 세례를 퍼부었다. 이 사건은 다음날 저명한 흑인 민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를 현장으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됐으며, 역사는 바뀌었다. 킹 목사는 3월9일 1000여명을 이끌고 몽고메리로 향했다. 이들은 다시 주 경찰에 막혔다. 그리고 ‘피의 .. 더보기 마감후22/프랭클린 다시 읽기 미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반월가 시위’는 노동과 정당한 부의 축적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됐다. 2008년 금융위기의 장본인인 월가 금융인의 탐욕과 부도덕성은 일반 미국인들을 두 번이나 울렸다. 많은 미국인은 금융위기로 초래된 경기침체로 일자리도, 살 곳도 잃었다. 굶주리느냐 마느냐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정부의 구제금융 덕에 살아남은 월가 금융인들은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자기 배만 채운다. 그러면서 시위대의 주장에 정당한 부의 축적이라고 반박한다. 정당한 부의 축적은 미국을 지탱해온 자본주의 정신의 원천이라는 이유에서다. 많은 미국 부자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반월가 시위가 초래한 정당한 부의 축적에 관한 논쟁은 두 사람을 떠올린다. 이라는 책을 통해 자본주의 .. 더보기 마감후21/리비아의 친구들 프랑스와 영국 등 60개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들이 지난 1일 파리에 모였다.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한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가 이끄는 새 리비아의 출발을 축하하기 위한, 전승국 잔치 같은 자리였다. 한국에서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리비아의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과도국가위에 축하선물로 150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습에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도 참석했다. 카다피 이후 리비아 재건 논의에서 제몫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러시아는 염치가 있었는지 회의 직전 과도국가위를 인정하고, 모스크바 초청을 약속했다. 반면 중국은 유엔 주도의 재건을, 브라질은 외부 간섭 배제를 강조하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중.. 더보기 마감후20/우리 안의 '브레이비크'들 지난 2일 오후, 기자를 찾는 전화가 왔다. 점잖은 목소리의 남성은 북유럽 극우정당의 뿌리를 다룬 기사(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8012110355&code=970205)를 보고 궁금한 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다문화주의’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기사 내용과 관련한 내용이 아니어서 답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다음 번에는 한국의 다문화주의 실태를 다뤄달라”고 부탁했다.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산에 가면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을 폭행하고, 심지어 여자를 성폭행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