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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

[편집실에서16]하워드 진과 ‘국정화 매카시즘’(2015.11.10ㅣ주간경향 1150호) 를 쓴 진보역사학자 하워드 진(1922~2010)은 26년 전 진보잡지 에 ‘공산주의’에 대해 쓴 적이 있다. 1948년 미 하원의 ‘비미국인활동색출위원회’는 ‘당신이 공산주의에 대해 알아야 할 100가지’라는 제목의 팸플릿을 배부했다. 이 위원회는 1938년에 나치 협력자 색출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당시에는 공산주의자 색출로 변질돼 있었다. 팸플릿에는 100가지 질문과 답변이 기록돼 있었다. 진은 3개의 질문과 답을 예시한다. 예컨대 질문 76번은 이렇다. ‘일상생활 어디에서 공산주의자를 발견할 수 있을까.’ 답은 ‘당신이 다니는 학교, 노조, 교회 또는 민간단체에서 찾아보면 된다’이다. 하워드 진이 글에서 말하고자 한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산주의는 기괴하지만 심각한 여파를 몰아온 이데올로기라는 점.. 더보기
[편집실에서15]‘드론 페이퍼’(2015.11.03ㅣ주간경향 1149호) 딴 나라 이야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던 10월 15일, 어쩌면 역사적인 사건이 될지도 모를 문건을 한 미국 인터넷 언론이 폭로했다. ‘드론 페이퍼’. 미국이 무인비행기 드론을 활용해 벌이는 ‘드론 전쟁’에 관한 비밀 문건이다. 보도 언론은 라는 인터넷 매체다. 기억하는가. 2년여 전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국가안보국(NSA) 불법 대량 정보수집을 보도한 언론인 글렌 그린월드를. 어쨌든 가 ‘암살복합체’라는 이름으로 보도한 총 10건의 관련기사는 오바마 행정부 드론 전쟁의 민낯을 보여준다. 암살복합체라는 이름은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퇴임연설에서 경고한 ‘군산복합체’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드론 전쟁은 백악관, 중앙정보국(CIA), 국방부,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등이 수행하고.. 더보기
[편집실에서14]지식인의 그릇된 자기확신(2015.10.27ㅣ주간경향 1148호) 에밀 졸라. 진정한 지식인을 말할 때 단골로 꼽히는 프랑스 작가다. 그는 19세기 말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해 모두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로 국가 폭력에 맞섰다. 그 결과 그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지식인의 표상을 우리에게 심어줬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으로 조성된 갈등이 한국 지식인의 역할을 묻고 있다. 전국 역사학과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필진 참여 거부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이가 있다. 국정교과서 편찬의 책임을 진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다. 역사학계의 원로이자 고려대 사학과 명예교수이기도 한 그는, 말하자면 제자들과 역사학계 후배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그런 평가를 받게 .. 더보기
[편집실에서13]괴물은 되지 말자(2015.10.20ㅣ주간경향 1147호) 아이들에게 세상은 괴물 천지다. 부모는 물론이고 주변 환경 모두가 괴물이다. 2012년 작고한 미국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 모리스 센닥의 대표작 에는 그런 두려움에 가득찬 아이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어느 날 엄마한테 야단 맞은 맥스는 벌로 저녁을 굶은 채 잠이 든다. 꿈속에서 그는 오히려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가서 괴물들과 함께 논다. 맥스가 꿈속에서 괴물을 상상하는 것은 현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자란 뒤 그들이 겪은 고통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 ‘일 못하는 사람들 유니온’ 회원 오수경은 이번 호 ‘그래, 나는 일을 못한다’란에 기고한 글(47쪽)에서 영화 를 본 소감을 전하면서 비슷한 질문을 하고 답한다. “사도세자처럼 미치광이가 되거나 견고한.. 더보기
[편집실에서12]“너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가”(2015.10.13ㅣ주간경향 1146호) 휴가 갈 때 동료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너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가.” 회삿일일랑 걱정 말라며 건네는 인삿말이다. 이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될 수가 있다. 누구든 저성과자로 몰려 퇴출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바로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혁이다. 내용 하나하나가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투성이다.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일반해고 요건이 완화되면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무너진다. 최대 피해자는 노조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현재 노조 조직률은 10% 선. 전체 노동자 100명 중 90명이 쉬운 해고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숫자가 1.. 더보기
[편집실에서11]우리의 코빈은 어디 있나(2015.10.06ㅣ주간경향 1145호) 나토 및 유럽연합 탈퇴, 해외파병 중단, 오사마 빈라덴을 암살한 미국 비난, 일방적 핵무기 폐기, 이라크전에 개입한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전범 기소…. 대외정책뿐 아니다. 국내 개혁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부자 세금 인상, 기업에 대한 세금 우대조치 중단, 사회 인프라와 재생에너지를 위한 양적완화 실시, 건강보험 민영화조치 중단, 왕정 폐지, 에너지·철도·우편 국유화, 대학 등록금 무료화, 여성 장관 절반 기용…. 이 같은 급진좌파 성향의 정책을 주장한 이는 지난 12일 압도적 지지로 영국 야당인 노동당 대표가 된 제러미 코빈(66)이다. 우리에겐 금지된 언어를 말하는 코빈도, 이를 받아들이는 풍토도 부럽다. 기존 엘리트 지도부 일부가 자진사퇴하고, “차기 총선에서 전멸할 것”(블레어 전 총리)이라느니 “.. 더보기
[편집실에서10]아무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2015.09.22ㅣ주간경향 1144호) ‘아무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 집이 상어의 아가리가 되지 않는 한/ ……/ 아무도 자식들을 보트에 태우지 않는다/ 바다가 육지보다 더 안전하지 않는 한/ ……/ 아무도 난민 캠프나 알몸 수색을 선택하지 않는다/ 당신의 몸이 아픈 채로 버려지는/ ……/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집은 상어의 아가리이고 총구다/ 그리고 아무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 집이 당신을 뒤쫓지 않는 한/ 집이 다리를 재빨리 움직이라고 말하지 않는 한/ …….’ 케냐 태생의 소말리아계 영국 여성시인 와르산 쉬레(27)의 ‘아무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No One Leaves Home)’이다. 두 장의 사진이 이 시를 떠올리게 했다. 터키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소년 아일란과 독일 뮌헨역에 도착해 환히 웃으며 .. 더보기
[편집실에서9]훔쳐보기 유혹(2015.09.15ㅣ주간경향 1143호)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원형감옥을 고안했다. ‘파놉티콘(panopticon)’이다. ‘모두(pan)’와 ‘본다(opticon)’는 그리스어를 합성한 것이다. 벤담이 그린 것은 원형감옥 중앙에 감시탑이 있고, 감시자는 그 탑 안에서 전체 죄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다. 감시자가 있는 탑 안은 어둡고, 죄수들이 갇혀 있는 방은 환하게 돼 있어 죄수들은 보이지 않는 감시자의 시선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낳기 위한 이 같은 구조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를 낳은 벤담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벤담의 계획은 당시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감시 개념은 건축을 넘어 철학적 고찰 대상으로 확장됐다. 영국 소설.. 더보기
[편집실에서8]‘난워킹 리치’와 ‘난, 워킹 리치!’(2015.09.08ㅣ주간경향 1142호) “‘워킹 푸어(Working Poor)와 난워킹 리치(Non-working Rich)가 함께 증가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이는 일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미국의 가치를 훼손해 결국은 미국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버클리대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지난 3월 말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워킹 푸어와 난워킹 리치의 증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10대 부자 가운데 6명은 자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라고 주장하면서 월마트 가문의 재산이 미국 하위 40%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리고 2007년부터 2061년까지 상속될 자산규모는 59경 달러라는 보스턴대 연구자료를 인용했다. 당연히 반발이 나왔다... 더보기
[편집실에서7]벌레사회와 족제비의 지혜(2015.09.01ㅣ주간경향 1141호) ‘큰 구렁이가 창고 옆 족제비 구멍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족제비 새끼를 삼키고 배가 불룩해져 뜰로 기어 나온다. 암컷 족제비와 수컷 족제비가 깜짝 놀라 순식간에 구렁이 앞에 오더니 번갈아가며 땅을 파는데, 그 구덩이는 깊숙하고 길쭉하니 대나무 홈통 같다.그런 다음 구덩이의 양 끝을 제 몸길이에 맞춰 수직으로 파내려가더니, 암컷과 수컷이 그 속에 숨는다. 구렁이가 구불구불 기어서 족제비가 파놓은 구멍으로 들어간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틈이 없어 딱 들어맞는다. 얼마 뒤, 구렁이는 움직일 수도 없고 배를 뒤집을 수도 없어 드디어 죽고 만다. 아마도 두 마리의 족제비가 몰래 깨문 것 같다. 마침내 족제비가 구멍에서 나와 구렁이의 배를 가른다. 족제비 새끼 네 마리가 죽어 있는 듯하나 몸은 온전하다. 새끼들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