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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

[편집실에서6]롯데 드라마와 극장정치(2015.08.18ㅣ주간경향 1139호) 지금 한낮의 무더위와 열대야를 식힐 블록버스터 영화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해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하고 있는 다. 황제경영을 해 와 ‘神격호’로 불린 창업주 아버지가 늙고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 두 아들이 벌이는 경영권 쟁탈전을 담고 있다.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재벌의 삶과 인식’ ‘재벌가의 복잡한 혼맥’ ‘재벌가와 정치권의 결탁’ 등 흥행 요소는 모두 갖춰져 있다. 여기에다 빠져서는 안 되는 막장 드라마는 물론 한국인을 자극시키는 반일감정 요소도 있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흥행 성적은 가히 돌풍이라 할 만하다. 상영 일주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언론은 이 영화의 흥행 소식을 매일 주요 뉴스로 다룰 정도다. 여야와 정부 할 것 없이 정치권도.. 더보기
[편집실에서5]국정원의 국민 길들이기(2015.08.11ㅣ주간경향 1138호) “길들인다는 게 뭐지?” 생텍쥐페리의 동화 에서 길을 떠난 어린왕자가 도중에 만난 여우에게 묻는다. 여우가 답한다. “그건 사람들 사이에서는 잊혀진 것들인데…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학창 시절 를 읽으면서 ‘관계’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길들이다’라는 단어를 떠올린 까닭은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 사건 때문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의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의 진실과 실체가 밝혀질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가져올 결과다. 바로 국정원의 ‘국민 길들이기’ 효과다. 국가 정보기관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보를 독점한다. 국민들도 어느 정도 이를 용인한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파국으로 끝났다. .. 더보기
[편집실에서4]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2015.08.04ㅣ주간경향 1137호) 2년 전 가을, 주일 미군기지 탐방차 오키나와 섬을 찾았을 때 제주 강정마을이 문득 떠올랐다. 기지 이전 논란의 중심에 있는 후텐마 미군기지를 둘러본 뒤 나오다 한쪽 입구에서 기지 이전운동을 벌이던 주민 6명을 봤을 때였다. 버스로 이동하며 잠깐 스쳐지나듯 본 장면이었지만 잊혀지질 않았다. 비록 소수였지만 뉴스로만 보던 현장을 직접 봤다는 감회와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시위가 겹쳐졌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오키나와 현정부는 지금 섬 북쪽에 후텐마 기지를 옮기려는 공사의 허가를 취소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말 후텐마 기지를 현 바깥으로 이전할 것을 공약한 오나가 타케시(翁長雄志)가 현지사에 당선되면서 벌이진 일이다. 어쩌면 아베 내각과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할지도 모르고,.. 더보기
[편집실에서3]1000원의 행복(2015.07.28ㅣ주간경향 1136호) 며칠 전, 경복궁 옆에 있는 한 카페에 들렀다. 지인들과 저녁을 먹은 뒤였다. 유명한 커피콩 생산국의 원두로 만든 커피와 다른 음료를 파는 가게였다. 가장 싼 커피 가격이 6000원. 평소 커피전문점을 자주 가지 않고, 가더라도 1500~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만 고집해온 나로서는 놀랐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체면도 있었고, 한 번쯤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최저임금보다도 비싼 커피를 마시는 죄책감도 동시에 일었다. 그 탓인가. 아무리 늦은 밤에 커피를 마셔도 잘 자던 평소와 달리 그날 밤은 전전반측하며 거의 밤을 새웠다. 많은 상념이 오갔다. 커피값보다도 못한 인간이라니,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는 무엇인가…. 만약 커피값이 비싼 이유가 알바생 시급 인상을 위한 .. 더보기
[편집실에서2]유승민과 송우석(2015.07.21ㅣ주간경향 1135호) 두꺼운 법전 속에 갇혀 있던 헌법 조항이 다시 한 번 책 밖으로 나왔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사퇴의 변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3년 개봉된 영화 에서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가 국가보안법 위반을 다루는 법정에서 고문경찰 증인과 ‘국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인용한 헌법 1조 2항만큼이나 뭉클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송우석의 열변의 압권은 다음 말이었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헌법 1조 1항 언급으로 지난 13일간 속이 검게 탔을 유 전 원내대표의 심경을 어느 정도 헤아려 볼 수는 있지만 본심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유 전 원내대표를 개인적으.. 더보기
[편집실에서1]선택(2015.07.14ㅣ주간경향 1134호)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도, 선택당할 수도 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 결과는 예측불허다. 의도하지 않은 선택이야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의도한 선택마저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타인의 선택은 나머지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당사자에게는 선택이 죽고사는 문제일 수 있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대의나 전체를 생각하지 않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선택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나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예상밖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선택이든 과정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며, 누구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만약 연기금에 투자한 돈이 사람을 죽이는 폭탄 제조기업에 투자돼 돈을 번.. 더보기
아침을열며17/석방 논란 버그달은 반역자인가 미국이 탈레반과 포로 맞교환을 하다니. 지난달 3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잡힌 보 버그달 병장의 석방을 위해 관타나모 수용소의 탈레반 포로 5명을 풀어주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람보 영화에서도 보듯 적에게 잡힌 병사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구해내는 것을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여기는 나라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조국을 위해 전장에 나갔다가 포로가 된 병사가 5년 만에 석방된다는 소식에 ‘영웅의 귀환’이라며 기뻐하던 분위기가 돌변했다. 버그달과 그의 가족은 물론 오바마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리스트와 협상을 했느니, 의회에 통보하는 절차를 어겼다느니, 버그달은 영웅이 아니라 탈영병이.. 더보기
아침을열며16/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바르 비극 그날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까. 대참사 하루 전인 지난해 4월23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의 라나플라자. 8층짜리 이 건물엔 방글라데시 경제를 지탱하는 의류공장 5개가 입주해있었다. 일손이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지 얼마 뒤 건물 기둥에서 3개의 금이 발견됐다. 시 당국이 건물을 진단한 결과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 안 의류공장에 조업중단 명령이 떨어졌다. 노동자 수천명은 조기 귀가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몇 만원밖에 되지 않는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들은 불안했다. 조업중단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냥 조업재개만 기다릴 형편이 아니었다. 아직도 월급날은 10여일이나 남았다. 하지만 하루만 더 일하면 초과근무수당은 손에 쥘 수 있다... 더보기
아침을열며15/‘거대한 체스판’에 마주한 푸틴과 오바마 지미 카터 미국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7년 을 펴냈다. 브레진스키가 체스판에 비유한 지역은 유라시아 대륙이다. 옛 소련 붕괴 후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이 향후 헤게모니에 도전받지 않고 유라시아 대륙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훈수를 두는 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옛 소련 지역인 러시아와 그 인접지역을 블랙홀로 불렀다. 그로부터 17년 후, 브레진스키가 블랙홀이라고 부른 지역의 우크라이나가 말 그대로 모든 국제뉴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 추진하던 무역협정 체결을 러시아의 압력에 밀려 중단한 일이었다. 이후 친유럽계는 ‘유로마이단 시위’를 주도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쫓아.. 더보기
아침을열며14/다시 스노든을 생각할 시간 “올해 해변가에는 상어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아마추어 사진가다.” 지난 11월 중순 정보수집 천국이 된 세상과 그에 따른 사생활 침해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기사 도입부는 120여년 전인 1890년 코닥 휴대용 카메라가 가져온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당시 신문 기사를 인용한 것이다. 누구든 휴대용 카메라로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을 훔쳐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일 터다. 말하자면 정보수집 도구로서의 카메라 시대 도래의 부작용을 지적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120년을 뛰어넘어 정보수집 도구가 카메라에서 폐쇄회로(CC)TV를 지나 차량용 블랙박스와 구글안경으로 진화된 이 시대의 풍경을 전하고 있다. 정보수집은 다방면에서 혜택을 주지만 사생활 침해라는 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