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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3]되살아나는 둠스데이 악몽(180209) 미국과 옛소련 간 냉전이 한창일 때 ‘둠스데이 머신(Doomsday Machine)’이라는 게 있었다. 핵전쟁으로, 말 그대로 인류 파멸의 날이 왔을 때 작동하게 만든 행동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미국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쏴 옛소련을 궤멸시키면 옛소련의 둠스데이 머신 ‘죽음의 손(Dead Hand)’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남은 옛소련의 핵미사일이 미국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 미국의 둠스데이 머신이 작동한다. 문제는 실제로 작동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도 1945년 8월 인류의 첫 원자폭탄 투하 이후 70여년간 둠스데이는 오지 않았다. 물론 아찔한 순간은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미 행정부가 군비경쟁에 한창 열.. 더보기
[편집국에서2]트럼프의 ‘왝 더 독’ 전략(180105)  “나보고 전쟁을 조작하라고?” “아니, 실제 전쟁이 아니라 ‘전쟁 쇼’ 말이야.” 재선을 위한 대선을 10여일 앞둔 미국 백악관에 비상이 걸린다. 대통령의 여학생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언론은 이미 냄새를 맡은 상태다. 상대 후보에 앞서고 있지만 곧 역전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일이다. 백악관은 그 방면의 최고인 스핀닥터를 고용한다. 스핀닥터는 정치홍보전문가를 말한다. 그는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와 손잡고 가짜 전쟁을 만들어낸다. ‘전쟁 쇼’는 위력을 발휘한다. 대통령의 성추문 뉴스는 뒷전이고, 대통령은 재선된다. 1997년에 제작된 미국 블랙코미디 영화 줄거리다. 영화 제목 ‘왝 더 독’은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이다. 주객전도.. 더보기
[편집국에서1]미투 그리고 앨라배마(171201) 지난 11월29일 아침(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의 간판 앵커 맷 라우어(60)의 해고 소식이 전해졌다.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라우어는 1952년 시작된 NBC 아침 뉴스·토크쇼 를 21년 가까이 이끈 최장수 진행자였다. 그날 방송 첫머리에 동료의 해고 소식을 전해야만 했던 여성 공동 진행자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믿고 의지했던 동료가 성추행범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당혹스러운 일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라우어는 지난 10월 중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시작된 ‘미투(나도 당했다)’ 캠페인으로 몰락한 유명인 중 한 명일 뿐이다. 자고 나면 두툼해지는 성추행범 명단에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93)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