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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57]야코브, ‘정상’에 대해 묻다(2016.09.13ㅣ주간경향 1193호)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야코브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처음 만나면 본능적으로 충동을 느껴요. 빨리 도망쳐버릴까, 아니면 죽여버릴까. 그런데 오늘 저녁은 참 평화롭군요.” 텅 빈 덴마크 왕립극장 무대 위. 한 청년이 이렇게 외친다. 목소리는 명료하지 않다. 그의 외침은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증은 곧 풀린다. 이 외침은 마지막 장면에서 반복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텅 빈 객석을 향해서가 아니다. 극장을 가득 메우고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관객들 앞에서다. 막은 내려지고 감동의 여운은 진하게 남는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 2016)에서 대상을 받은 를 본 것은 행운이었다. 이 다큐는 한국인 입양아, 뇌성마비 장애인, 삶을 연극으로 반추한 점 등 극적 요소를 모두 갖췄다. 야코브의 .. 더보기
[편집실에서56]‘가습기 살균제 참사 달력’을 만들며(2016.09.06ㅣ주간경향 1192호) 자료에는 피해자 성명과 생년월, 사망연월, 성별, 사용제품 등 5가지 정보가 들어 있었다. 비록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이름과 생일, 사망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사망할 당시 나이를 파악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생후 1개월도 안 된 영아에서부터 산모로 짐작되는 여성들, 그리고 9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참사에는 남녀노소 예외가 없었다. 처음 이 명단을 접하고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직도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채 어두운 바닷속에 갇혀 있는 세월호 희생자 9명이 겹쳐져서만은 아니다. 그 이름들은 나와 무관했지만 결코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 이웃이었다. 어쩌면 내 아이 대신 고통 속에 숨졌을지도 모른다. 은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인.. 더보기
[편집실에서55]에어컨 전기요금 폭탄의 ‘폭탄해법’(2016.08.23ㅣ주간경향 1190호) 7월 마지막 주말, 어머님 생신을 맞아 지방 소도시에 사시는 부모님 댁을 찾았다. 뜨거운 오후 햇볕을 가르고 차를 몰아 어스름할 무렵에 도착했다. 현관 앞에 서니 ‘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어컨 소리였다. 문을 열자 안에서 미리 온 동생들이 한마디한다. “빨리 들어와. 냉기 식겠다.” 너댓 평 되는 거실은 작은 벽걸이 에어컨 덕에 선선해 살맛이 났다. 언제 설치해 드렸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아마도 10년은 됐지 싶다. 그동안 몇 번이나 가동하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처음 틀었다.” 그럼 그렇지. 해마다 이맘때 드는 어머님 생신을 맞은 자식과 손주들의 연례행사나 손님 방문 때 외에는 일절 가동하지 않으실 테니. 앞으로 자주 트시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으시리라는 것을 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