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편집실에서48]그릇된 ‘미생지신’에 갇힌 대통령(2016.07.05ㅣ주간경향 1183호) “세종시 원안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공약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소신이나 생각이 변했다면 판단력의 오류 아니겠느냐.” 2010년 1월 중순,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당시 한나라당에서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갈등이 한창일 때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간 논쟁이 벌어졌다. 정 대표가 불을 질렀다. 정 대표는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전 대표를 미생(尾生)에 비유했다. 미생은 고사성어에 나오는 인물이다. 애인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오는데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 익사해 흔히 융통성 없이 원칙만 고수하는 사람을 빗댈 때 원용된다. 발끈한 박 전 대표는 나흘 뒤 반격했다. “이해가 안 된다.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지만 그 애인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미생은.. 더보기
[편집실에서47]샌더스 정신의 실천자들, ‘버니크래츠’(2016.06.28ㅣ주간경향 1182호)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도 끝나면 그 여운이 서서히 사라지게 마련이다. 지난 14일 끝난 11월 미국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 드라마도 그럴 것이다.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다윗(버니 샌더스)이 골리앗(힐러리 클린턴)을 이기는 반전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물론 반전은 없었다.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여운이 짙다. 주연보다 조연이 빛난 드라마였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아쉬움이 커서일까,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샌더스의 역할은 흥행을 돕는 분위기 메이커에서 끝나는 걸까. 미국과 전 세계를 들썩였던 샌더스 돌풍도 경선 종료와 함께 사라질까. 민주당은 샌더스 효과를 어떻게 계승해 대선 승리를 이끌 것인가. 샌더스 지지자들은 그의 유산.. 더보기
[편집실에서46]싸우지 않고도 여성들이 이기는 방법(2016.06.21ㅣ주간경향 1181호) 이번호 마감을 하루 앞둔 목요일 밤. 퇴근 버스에서 후배 여기자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읽는 순간 가슴이 멎는 듯했다. “깜깜하고 까마득한 기분… 살아있다는 생동이 아닌 살아남았다는 생존, 내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다른 세계의 감각이었다. …지난 몇 주간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이름 지을 수 있는 감각들이 무기력했고 슬펐고 무서웠다.” 공감의 표시로 ‘좋아요’를 어느 때보다도 꾹 눌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많은 여성들이 날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악몽 속에 사는 동안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나도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니. 그 직전에 또 다른 후배 여기자가 글을 올렸을 때도 같은 심정이었다. “내가 이 여교사였다면 이렇게 할 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