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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60]물대포에 어린 파시스트 국가 그림자(2016.10.11ㅣ주간경향 1196호) 지난해 4월 말~5월 초 일어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폭동을 떠올릴 때면 늘 두 장면이 생각난다. 주지하다시피 볼티모어 폭동은 경찰에 체포돼 구금 중이던 프레디 그레이라는 흑인 청년의 의문사가 원인이었다. 그레이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척추를 다쳐 치료를 받다가 일주일 만에 숨졌다. 그의 체포 과정과 부상 경위 등이 공개되지 않자 그동안 자신들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불만을 품어온 흑인들이 그레이의 장례식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첫 장면은 군사작전하는 군대를 방불케 하는 시위진압 경찰이다. 당국은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주 방위군과 경찰 특수기동대(SWAT)는 물론 각종 첨단장비들을 동원했다. 감시용 드론(무인비행기), 자동소총을 탑재한 경장갑차, 산탄총과 연막탄, 최루탄 발사기, 적.. 더보기
[편집실에서59]‘악마의 증명’ 강요 사회(2016.10.04ㅣ주간경향 1195호) ‘악마의 증명’이라는 말이 있다. 어떠한 사실이나 인과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20세기 중반 미국을 뒤흔든 ‘매카시즘’ 광풍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는 1950년 2월 초, “국무부 안에 공산주의자가 205명이 있으며, 지금도 근무하면서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상원은 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매카시가 감춰진 엄청난 진실을 발견한 것처럼 떠벌린 게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정부 당국자가 ‘정부 부처에 공산주의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매카시의 주장을 조사위가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정상적이라면 상원은 매카시.. 더보기
[편집실에서58]이강희와 산드라(2016.09.27ㅣ주간경향 1194호) 우민호 감독의 영화 을 최근에야 봤다. 지난해 개봉 때는 물론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사태 때도 보지 않았던 영화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런 영화를 찾아서 보게 된 계기는 최근 물의를 빚은 송희영 전 주필 사건이 아닌가 싶다. 영화 내용은 얼추 알고 있었지만 송 전 주필 사건이 터지면서 도저히 보지 않고는 안 될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많은 이들이 언급한 것처럼 교도소에 수감된 조국일보 이강희 논설주간(백윤식 분)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었다. ‘개·돼지’ 발언이나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이라는 드립도 ‘오징어 안줏거리’와 ‘국민의 냄비 근성’ 발언 앞에서는 초라할 정도였다. “오징어 씹어보셨죠?… 이빨 아프게 누가 그걸 끝까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