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54]대통령 딸의 식당 알바(2016.08.16ㅣ주간경향 1189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둘째 딸 사샤(15)가 휴양지 식당에서 알바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 충격은 아니었지만 신선했고, 부러웠고, 착잡했다. 보도를 보면 사샤는 가족이 해마다 여름휴가를 보내는 휴양지의 한 식당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하루 4시간가량 초보 알바 일을 했다. 손님 맞기, 서빙, 그릇 치우기 등이다. 식당 주인은 오바마 부부와 친구다. 오바마 가족이 6일부터 이곳에서 2주간 여름휴가를 보내니 알바 기간은 길어야 닷새다. 사샤의 알바 소식은 미국에서도 화제다. 뉴스 사이트마다 다양한 댓글들이 달렸다. 고작 며칠이냐는 실망감을 표시하거나, 하는 김에 일주일은 더 하라는 글도 있다. 아버지 ‘빽’ 덕분이라고 비꼬거나 세상 일이 다 그런 것 아니냐는 글도 있다. 고작 4시간 알바를 .. 더보기 [편집실에서53]염치없는 호모에렉투스는 되지 말자(2016.08.09ㅣ주간경향 1188호) 두 장면을 떠올려보자. 첫 번째, “타이어를 껴입고 배를 깔고 바닥을 기며 구걸하는 걸인이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걸어”가는 장면이다. 두 번째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굽신대며 표를 구걸하고, 신분을 위장한 채 머슴입네 간을 빼줄 듯이 가난한 자의 발바닥이 되겠다던 정치인들”이 “숙였던 고개와 바닥에 깔았던 신분을 벌떡 일으켜 세우고 거만한 지배자가 되는” 장면이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두 장면은 시인 백무산의 시 ‘호모에렉투스’에 나온다. 시인은 걸인과 정치인을 “생존을 위해 직립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인은 걸인과 정치인 행태에서 배신감이나 혐오를 떠올린다. 그러나 걸인의 동냥 쇼와 정치인의 계급위장 쇼는 다르다고 본다. 시인의 대담한 시구 안에 답이 있다. “배를 깔고 바닥.. 더보기 [편집실에서52]공화국의 위기(2016.08.02ㅣ주간경향 1187호) “국가를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한 예비조치이며 민주주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해서다.” 참으로 익숙한 화법이다. 두 사람의 말이지만 한 사람의 말로 착각할 만큼 닮아 있다. 전자는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유로 내세운 말이다. 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한 말이다. 언론들은 에르도안의 비상사태 선포를 ‘역(逆)쿠데타’라고 부른다. 반대파 제거를 정당화하기 위해 쿠데타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의 언급에는 ‘국민에게 싸움걸기’라는 조롱이 붙는다. 터키 국민은 한국을 ‘칸가르데쉬 코리아’, 즉 ‘피를 나눈 형제’라고 부른다고 한다. 여러모로 닮은 한국과 터키가 위기에 .. 더보기 이전 1 ··· 173 174 175 176 177 178 179 ··· 2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