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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27]잘못 겨눈 풍자의 칼끝(2016.01.26ㅣ주간경향 1161호) 기억하는가. 지난해 1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모독 만화를 실었다는 이유로 테러를 당한 프랑스 만평 전문지 를. 그리고 지난해 9월 난민선 사고로 숨진 3살배기 시리아 아이 아일란 쿠르디를. 언론 및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난민사태의 심각성을 죽음으로 보여준 사례들로, 세계는 연대와 애도를 보냈다. 그렇다면 가 쿠르디의 죽음을 만평의 대상으로 삼아 조롱한 사실을 아는가. 최신판은 ‘이민자’라는 제목으로 쿠르디를 등장시켰다. 만평은 쿠르디 시신 모습과 함께 ‘꼬마 아일란이 자라면 무엇이 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아래에는 두 손바닥을 내민 남성 두 명이 달아나는 두 여성을 쫓아가는 그림이 있다. 그 밑에는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라는 글이 있다. 이 만평은 쿠르디와 지난해 마지막 날 밤 .. 더보기
[편집실에서26]용서 아닌 책임을 추궁해야 할 때(2016.01.19ㅣ주간경향 1160호) “하나님이 이 죄 많은 이에게 찾아와주시고, 그 많은 죄를 회개하도록 하고 그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죄를 용서해 주셨다고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의 한 장면이다. 자식을 잃은 엄마는 가해자를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 면회를 갔다가 하나님에게 죄를 용서 받았다며 편안하게 말하는 가해자를 보며 몸을 떨고 돌아서 나온다. 그러고는 절규한다. “어떻게 용서를 해요? 용서를 하고 싶어도 난 할 수가 없어요. 그 인간이 용서를 받았다는데, 그래서 마음이 평화롭다는데…, 이미 하나님이 용서를 하셨다는데 어떻게 내가 다시 용서를 해요?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하나님이 어떻게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그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을 용서 받고 구원을 받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한·일 위안부.. 더보기
[편집실에서25]10억엔이란다(2016.01.12ㅣ주간경향 1159호) 시인 곽재구는 1960~70년대에 만연했던 일본인의 한국 기생관광 모습과 감상을 시 ‘유곡나루’에서 이렇게 그렸다. ‘육만엔이란다./ 후쿠오카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버스 타고/ 부산 거쳐 순천 지나 섬진강 물 맑은 유곡나루/ 아이스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사일 풀코스에 육만엔이란다./…/ 육만엔이란다, 낚시대 접고 고무장화 벗고/ 순천 특급호텔 사우나에서 몸 풀고 나면/ 긴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서비스 볼 만한데/ 나이 예순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받고/ 아이스박스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맑은 물 값이 육만엔이란다.’ 3박4일 풀코스 6만엔. 어디 섬진강과 순천 일대에서만 그랬을까. 외화벌이 목적으로 일본인 관광을 장려한 게 정부였으니, 3박4일 풀코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