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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9/'사바르 비극’이 던지는 질문 기자 초년병 시절인 1992년 어느 봄날로 기억한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밀려드는 졸음과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선배의 연락을 받았다. 동대문구 창신동에 있는 봉제공장에서 소녀가장을 만나보라는 지시였다. 희미한 조명 아래 실먼지가 날리던 좁은 주택 안 공장에서 조모양이 사장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모양은 당시 16살이었다. 동생과 남동생을 돌보기 위해 하루 종일 그곳에서 일했다. 일에 지친 듯,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은 듯, 그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함께 자리한 두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과 자괴감 탓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들과의 만남은 아직까지도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 성인이 된 그들은 .. 더보기
아침을열며8/내부 고발자의 힘 조찬제 국제부장 한 건의 폭로가 다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3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띄운, 조세 피난처에 관한 탐사보도다. 협회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케이맨군도 등 유명 조세 피난처에 있는 유령회사 12만2000여개와 170여개국의 정치인·기업인·재력가 등 약 13만명이 차명 임원이나 익명 소유 방식으로 유령회사를 차리거나 거래한 사실을 공개했다. 탈세와 돈세탁 등 불법·탈법의 온상으로 불리는 조세 피난처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1차로 명단이 공개된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캐나다,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몽골 등의 해당자들은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당국에서는 탈세와 돈세탁 등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 더보기
아침을열며7/‘제로 다크 서티’와 ‘아르고’ 조찬제 국제부장 일주일 전에 끝난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작품상 발표였다. 명배우 잭 니컬슨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조연이었다. 주연은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였다. 니컬슨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백악관에서 파티 중이던 오바마가 무대 뒤 대형 화면에 등장했다. “올해 작품상 발표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문을 연 오바마는 “9편의 영화는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주먹을 조금 더 힘껏 쥐게 한다. 그들은 사랑이 모든 차별을 견디게 하고 우리의 삶을 가장 놀라운 방법으로 변화시키고, 만약 우리가 열심히 버텨 싸우고 용기를 찾는다면 어떤 역경도 이길 것이라는 점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진행을 넘겨받은 니컬슨이 후보작 9편을 소개하자 작품상 이름이 든 봉투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