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편집실에서69]촛불 앞의 ‘11·29 반동’(2016.12.13ㅣ주간경향 1205호) ‘신의 한 수’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내심 ‘두고 보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법도 하다. 이런 속내를 감추기 어려웠던가 보다. 너무나 즐거운 나머지 야당에 약 올리는 허튼소리가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시쳇말로 약이 좀 오를 수 있다.” “손에 장을 지지겠다.” 그럼 어때. 어쨌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긴 거대한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전략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역풍이야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지. 중요한 건 탄핵 대오를 뒤흔들고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니까. 또 바람이 불면 언젠가 촛불이 꺼질지 누가 알랴. ‘단계적 퇴진’을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와 이틀 뒤 나온 ‘4월 퇴진·6월 대선’이라는 새누리당의 퇴진 로드맵 이후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서 든 생각이.. 더보기 [편집실에서68]아직 촛불을 내려놓을 때가 아니다(2016.12.06ㅣ주간경향 1204호) 다섯 번째 거대한 촛불이 광화문광장에서 타오르기 하루 전인 11월 25일 이른 아침 출근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잠시 멈춰서서 광화문광장 쪽을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 광장은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너머 북악 아래 구중궁궐 청와대는 암흑천지처럼 어둠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날마다 하루를 시작하는 발걸음을 내딛는 광화문광장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지 다섯 번째. 그곳에서 벌써 분노한 민중의 거대한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내일은 어떤 축제판이 펼쳐질까. 늘 그랬듯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연대의 힘으로 대동세상을 만들 꿈을 담금질하겠지. 이런 상념에 빠진 채 광화문광장을 뒤로하고 회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뒤에서 뭔가가 목덜미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느낌이다. 도대체 뭘까. 그것은 한 달 동안 .. 더보기 [편집실에서67]‘머리 둘 달린 인간’을 제거하는 방법(2016.11.29ㅣ주간경향 1203호)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을 조종하는 의 풍자 만평을 봤을 때 ‘머리 둘 달린 개’ 이야기가 떠올랐다. 1959년, 옛 소련 의사 블라디미르 데미호프는 작은 개 머리 부분을 잘라 큰 개 어깨에 접붙여 ‘괴물’을 만들었다. 작은 개는 큰 개의 심장에 의존해 살지만 괴물은 오래 살지 못했다. 나흘 만에 죽은 괴물은 박제가 돼 독일 박물관에 기증됐다. 데미호프는 장기이식 수술의 선구자였다. 머리 둘 달린 개 실험은 그 일환이었을 터이다. 실험 사진은 당시 지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고, 실험 윤리 논란을 일으켰다. 데미호프는 인류의 장기이식 수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대표적인 ‘배드 사이언티스트’라고 비판 받는다. 에서 이를 소개한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데미호프의 실험이 결국 ‘머리 둘 달린 인간’으로 귀결되.. 더보기 [편집실에서66]170년이나 기다리라고?(2016.11.22ㅣ주간경향 1202호) 지난달 26일 세계경제포럼(WEF)은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 추세라면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같아질 때까지 170년이 걸린다는 전망이었다. 지난해 전망보다 52년이나 더 늦춰진 것이다. 맙소사, 2186년이 돼야 남녀 임금이 같아진다고? 장탄식이 절로 나왔다. ‘170년이나 기다릴 수 없다’는 프랑스 여성 직장인들이 지난 7일 오후 4시34분을 기해 직장을 박차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조기퇴근’ 시위였다. 연말까지 매일 이 시간에 퇴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근데, 왜 ‘오후 4시34분’이었을까. 현재 프랑스 여성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남성이 이 시간까지 일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임금을 약 15%를 덜 받는다. 남녀 소득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는 아이슬란드에서 시작됐다. 1.. 더보기 [편집실에서65]“퇴진”은 국민의 명령(2016.11.15ㅣ주간경향 1201호) 박근혜 대통령이 마침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헌정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이 자체만으로도 퇴진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박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게이트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관련 뉴스가 쏟아지지만 바뀌지 않는 사실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커져가는 국민들의 ‘박근혜 퇴진’ 목소리다. 다른 하나는 떨어지는 지지율이다. 4일 발표된 갤럽의 지지도는 5%로 역대 최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록(6%)마저 깼다. 바닥이 어디일지 알 수가 없다. 떨어지는 것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요, 치솟는 것은 국민의 분노다. 박 대통령 신세는 바람 앞의 나뭇잎이다. 나라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잔불이다. 민심도 시간도 박 대통령 편이.. 더보기 [편집실에서64]비정상 정치의 굿판을 걷어치우자(2016.11.08ㅣ주간경향 1200호)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됐다. 박 대통령이 한 말로 표현하자면 ‘혼이 비정상’인 대통령이자 ‘참 나쁜 대통령’이다. 자신의 정치생명은 물론 그가 이끄는 정부는 ‘식물정부’가 됐다. 정부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이들이나 지지한 51.6%나 황당하기는 매한가지다. 선무당의 말에 놀아난 대통령을 보니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잠 못 이루는 국민들의 입에서는 ‘탄핵’과 ‘하야’라는 말이 애완견 부르듯 튀어나온다. 분노의 수위는 임계점을 넘었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하다. 국태민안이다. 대통령이 천재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머리’와 ‘손’과 ‘발’을 빌려 썼다. 전두환과 김영삼은 노골적으로 그랬다. 하지만 자.. 더보기 [편집실에서63]환관 조고와 ‘비선실세’ 최순실(2016.11.01ㅣ주간경향 1199호) BC 210년,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은 순행지에서 갑자기 죽는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환관 조고는 꾀를 부린다. 진시황의 유지를 숨긴 채 태자 부소 대신 후궁 소생의 어린 호해를 후계자로 세운다. 승상이 된 조고는 스스로 황제가 되고 싶어한다. 모반을 앞둔 그는 신하들을 시험한다. 그는 사슴을 끌고 와 호해 앞에 바치며 말한다. “말입니다.” 호해는 웃으며 말한다. “승상이 틀리지 않았소? 사슴을 말이라 하니 말이오.” 호해가 신하들에게 묻는다. 대답은 갈린다. 목숨을 걸고 직언한 신하들은 죽임을 당했다. 사마천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자성어의 유래다. 거짓된 행동으로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뜻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더보기 [편집실에서62]밥 딜런과 블랙리스트(2016.10.25ㅣ주간경향 1198호)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반가워 ‘블로잉 인 더 윈드’와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모처럼 들었다.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의 수상은 문화예술계 인사 블랙리스트로 시끄러운 우리에게 보낸 경종이 아닐까.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와 음미하게 하는 가사가 전하는 메시지는 예나 지금이나 울림이 크다. 중장년층이라면 밥 딜런 노래의 힘을 안다. 블랙리스트 파문이 한창이던 때 날아온 밥 딜런의 수상 소식은 현 정부에는 청천벽력일지 모르지만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아닐까 싶다. 블랙리스트라는 말 속에는 음침함과 조작, 비겁함과 겁박, 반자유와 반풍자 등이 섞여 있다. 역사적으로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준 대표 사례가 ‘할리우드 블랙리스트’다. 1940.. 더보기 [편집실에서61]‘옥토버 서프라이즈’를 기다리며(2016.10.18ㅣ주간경향 1197호)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최근 외신을 보다 이런 제목에 눈길이 갔다.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 뒤져봤다. 이런 내용이었다. 지난 4일 새벽(미국 동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선은 독일 베를린에 쏠렸다. 비리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줄리안 어산지가 중대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특히 트럼프 지지자와 매체 쪽에서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한 방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일부 친트럼프·반클린턴 매체 쪽에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만든 말이었다. 클린턴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새벽까지 졸리는 눈을 비비며 지켜봤다. 그러나 기대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더보기 [편집실에서60]물대포에 어린 파시스트 국가 그림자(2016.10.11ㅣ주간경향 1196호) 지난해 4월 말~5월 초 일어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폭동을 떠올릴 때면 늘 두 장면이 생각난다. 주지하다시피 볼티모어 폭동은 경찰에 체포돼 구금 중이던 프레디 그레이라는 흑인 청년의 의문사가 원인이었다. 그레이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척추를 다쳐 치료를 받다가 일주일 만에 숨졌다. 그의 체포 과정과 부상 경위 등이 공개되지 않자 그동안 자신들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불만을 품어온 흑인들이 그레이의 장례식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첫 장면은 군사작전하는 군대를 방불케 하는 시위진압 경찰이다. 당국은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주 방위군과 경찰 특수기동대(SWAT)는 물론 각종 첨단장비들을 동원했다. 감시용 드론(무인비행기), 자동소총을 탑재한 경장갑차, 산탄총과 연막탄, 최루탄 발사기, 적.. 더보기 이전 1 ··· 49 50 51 52 53 54 55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