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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81]반지성주의자들의 초상(2017.03.14ㅣ주간경향 1217호)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나온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왜 나왔느냐”는 한 어르신의 질문에 말똥말똥 묵묵부답이다.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계속되는 어르신의 채근에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린 채 사라진다.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동영상은 이런 그에게 ‘어벙 김문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탄핵 기각을 당론으로 채택하자는 의견까지 냈다.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발언으로 악명을 날린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태극기 집회의 단골손님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으로 활동한 김평우·서석구 변호사는 주말이면 태극기를 온몸에 두른 시위꾼으로 변신해 탄핵 기각을 외친다. 김 변호사는 신문에 태극기 집회를 선동하는 광고까지 냈다. 이들은 탄핵정국이 탄생시킨 대표.. 더보기
[편집실에서80]멈출 수 없는 최순실 재산 추적(2017.03.07ㅣ주간경향 1216호) 얼마 전 한 월간지가 유력 대선후보를 표지사진으로 내세우고 집권 플랜 기사를 다룬 적이 있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잡지가 나온 지 얼마 안 돼 그 후보가 대선 출마를 없었던 일로 해버린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 잡지사의 당혹감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언론은 시간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그 후보에 대한 출마 포기 압력이 있었고, 사퇴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그럴 건지는 당사자만이 아는 일이었다.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그런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활동시한 만료(2월 28일) 나흘 전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총리는 특검 연장 여부.. 더보기
[편집실에서79]끝없는 기다림(2017.02.28ㅣ주간경향 1215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던 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밤잠을 설쳤을까. 나라 걱정, 경제 걱정, 삼성 걱정 등 저마다의 걱정거리를 품고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뜬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물론 목적은 달랐다. 마감날이면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늦게 자는 게 일상이 됐지만 이날은 지면 걱정이 다른 때보다 컸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안 그래도 정신 없는 마감날을 더 부산하게 만들 게 뻔했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체크했다. 내가 정한 예상시간이 지나도 관련 뉴스가 뜨지 않았다. 졸면서 기다렸다. 난데없이 궁금증이 일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에 관심을 갖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을까. 장담컨대 새벽에 열리는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만큼은 아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