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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72]‘최종 소비자’형 대선후보 원하나(2017.01.03ㅣ주간경향 1208호) 몇 달 전, 졸업논문이 리포트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한 글을 읽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일본의 사상가이자 대학교수인 우치다 다쓰루(內田樹)가 해마다 졸업논문을 지도할 때 대학생들에게 들려준다는 내용이다. ‘반지성주의자들의 초상’(, 이마, 2016)에 실린 글을 요약하면 이렇다. ‘논문과 리포트의 차이는 우선 읽을 대상에 있다. 리포트는 교수만 본다. 따라서 거짓을 쓰든, 읽지 않은 책을 읽은 것처럼 쓰든, 인터넷에서 글을 복사해 붙이든, 담당교수만 알아채지 못하면 된다. 반면 논문은 담당교수만 보는 게 아니다. 만인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데이터가 잘못되거나, 인용 문헌의 제목이 틀리거나,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게 서술하면, 만에 하나 담당교수가 그냥 넘어갔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지적할 가능성이 .. 더보기
[편집실에서71]파사현정(破邪顯正) (2016.12.27ㅣ주간경향 1207호) “진실을 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오랫동안 주입되고 키워지고 굳어진 신념체계와 가치관이 자신의 내부에서 무너져가는 괴로움의 고백이다. 절대적인 것, 신성불가침의 것으로 믿고 있던 그 많은 우상의 알맹이를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그 잠을 깨는 괴로움을 주는 것을 사과해야겠다.…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눠져야 할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영원히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2016년 세밑. 책꽂이에서 고 리영희 선생(1929~2010)의 을 꺼내 펼쳐본다. 1980년에 나온 증.. 더보기
[편집실에서70]병신역적(丙申逆賊) (2016.12.20ㅣ주간경향 1206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사필귀정이다. 제정신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56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최경환 의원은 참석하고도 표결하지 않았다. 이 56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을 ‘병신역적(丙申逆賊)’이라 부르는 것은 지나친 처사일까. 111년 전 대한제국이 주권을 빼앗긴 을사늑약 강제 체결 때 찬성한 5인의 매국노에게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역사에 남겨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비선실세 최순실과 함께 국사를 말아먹은 박 대통령을 옹호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을사오적 취급 받는 게 못마땅할지도 모르겠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게 국회의원인가”라는 원성이 들리지 않는가. 병신역적의 수장은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다. 이들을 비롯해 56명의 새누리당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