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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

[여적]샤를리 에브도의 풍자(170902) ‘성역 없는 풍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발행된 최근호는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피해자를 신나치에 비유했다. 이 잡지는 표지에 폭우로 물에 잠긴 나치 문양과 깃발, 나치식 인사를 하듯 물 밖으로 뻗은 손과 발을 그린 만평을 실었다. 문구는 ‘신은 존재한다! 그는 텍사스의 모든 신나치를 익사시켰다’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만평이 텍사스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버지니아주 샬러치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공격에 대해 ‘양비론’ 입장을 보인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성향을 꼬집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재민을 신나치에 비유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구설의 핵심이다.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의 대상은.. 더보기
[여적]하비와 나이아가라(170831)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초당 떨어지는 물은 얼마나 될까. 나이아가라폴스라이브닷컴에 따르면 15만갤런이다. 1갤런은 약 3.785ℓ다. 쉽게 설명하면 보잉747 점보 여객기 약 2.63대 또는 중형 승용차 7900대의 연료탱크를 채울 수 있는 수량이다. 지난 주말 미국 4대 도시인 텍사스주 휴스턴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는 전례 없는 재앙적 홍수 피해를 낳았다. 29일(현지시간)까지 강우량은 52인치(약 1300㎜)다. 단일 폭풍에 따른 강우로는 미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휴스턴에 1년 동안 내리는 비의 양보다 많다. 휴스턴이 속한 해리스카운티 홍수통제지역의 기상학자 제프 린드너는 “나흘 동안 이 지역에서 수조갤런의 폭우를 봤다. 나이아가라 폭포 수량의 15일치 분이다”라고 했다. 이.. 더보기
[여적]로자 파크스의 옛집(170828) ‘미국 시민권운동의 어머니’ 로자 파크스(1913~2005)에게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제2의 고향’이다. 파크스는 남부 앨라배마주 터스키기에서 태어나 몽고메리에서 성장했다. 몽고메리는 1955년 그를 시민권운동의 상징으로 만들어준 흑백차별 버스 보이콧 운동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파크스는 1957년 고향이나 다름없는 그곳을 떠난다. 더 이상 직업을 구할 수 없었는 데다 끊임없이 살해 위협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해 말 남동생이 있는 디트로이트에 온 뒤 2005년 눈을 감을 때까지 48년간 디트로이트를 떠나지 않았다. 파크스가 디트로이트에서 처음 정착한 곳은 남동생 집이었다. 파크스의 ‘디트로이트에서의 삶’의 초기 흔적이 남아 있는 그 집은 그의 사후 얄궂은 운명에 놓인다. 2008년 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더보기
[여적]김사복 찾기(170826) “김사복, 꼭 만나고 싶다.” 김사복은 5·18민주화운동을 취재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동행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의 실제 주인공이다. 김사복의 실체는 2003년 힌츠페터가 민주화운동 공로로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받으면서 그와의 재회 희망을 밝히며 드러났다. 힌츠페터는 그후 방한할 때마다 김사복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한 채 지난해 1월 눈을 감았다. 그의 유해는 소원대로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묻혔다. 힌츠페터 덕분에 김사복의 존재가 알려지긴 했으나 ‘김사복 찾기’는 쉽지 않았다. 김사복이 본명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 개봉을 계기로 김사복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실마리를 제공한 이는 자신을 김사복의 아들이라고 밝힌 김승필씨(5.. 더보기
[경향의 눈5]자유의 여신상의 눈물(170824) 임기 7개월을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신창이 신세나 다름없다. 많은 대선 공약은 휴지 조각이 됐다.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폐지는커녕 대체하지도 못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 약속도 ‘속 빈 강정’이 됐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약속도 지난 21일 ‘제한적 개입’ 발표로 물거품이 됐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력사태를 양비론으로 두둔함으로써 인종주의자임을 새삼 일깨워줬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던 열성 지지자의 균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그의 7개월은 완전 실패작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자랑할 수 있고, 성공한 정책으로 내세울 것이 있다면 바로 이민제도일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전후 이민을 반.. 더보기
[여적]음악인의 저항(170823) 1973년 9월11일 칠레에서는 사회주의 아옌데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부는 아옌데와 그의 인민연합을 지지한 지식인들을 무더기로 경기장으로 연행했다. 그중에는 문화예술운동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의 기수인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1932~1973)도 있었다. 고문과 처형이 시작되자 하라는 저항하기 위해 기타를 치며 인민연합 찬가 ‘벤세레모스(승리)’를 불렀다. 화가 난 군인들이 기타를 빼앗았다. “노래할 테면 해봐!” 협박당한 하라는 손뼉을 치며 계속 노래했다. 군인은 그의 팔을 부러뜨리고 총 개머리판으로 손가락을 짓이겼다. 하라는 그래도 일어나서 노래하려 했다. 그는 무참히 살해됐다. 하라는 불의에 죽음으로 항거한 예술가의 표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더보기
[여적]돌아온 스티브 배넌(1708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18일 경질됐다. 지난해 8월17일 트럼프 대선 캠프 총책임자로 합류한 지 꼭 1년 만이다. 배넌은 트럼프 당선 이후 승승장구했지만 늘 혼란의 진원지였다. 지난 2월 시사주간 타임이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우고 뽑은 제목 ‘위대한 조종자’처럼 한때 그는 트럼프를 조종하는 2인자였다. 하지만 백악관은 그의 독무대가 아니었다. 주인공은 트럼프였고, 트럼프 주변에는 딸과 사위 등 경쟁자들이 즐비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의 인적 구성은 ‘배스킨 라빈스 31’ 아이스크림에 비유되기도 한다. 생존을 위한 권력게임은 불가피했다. 배넌의 주적은 글로벌리스트 4인방이었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더보기
[여적]미 남북전쟁 영웅 리 장군(170814) 2015년 6월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났다. 21세 백인 청년이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흑인 9명이 사망했다. 여느 총격사건과 달리 이 사건의 파장은 컸다. 범인은 백인우월주의자였다. 그는 인종 전쟁을 시작할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이 사건은 ‘미국판 역사 바로 세우기’에 불을 댕겼다. 남북전쟁의 유산인 남부연합기 퇴출 운동이 확산됐고, 남부연합군(남군) 장군들의 동상 철거로까지 번졌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떠받드는 인종주의의 상징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퇴출 대상 중 한 명이 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리다. 미 합중국 연방군(북군) 총사령관을 지낸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과 함께 남북전쟁 최고의 영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미 육사를 졸업한 리는 당초 모든 남부 주의 연방.. 더보기
[여적]괌(170811) 서태평양 마리아나 군도 남쪽 끝에 위치한 미국령 괌은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해외 관광지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은 일본인 다음으로 많다. 지난해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끔찍한 참사 현장이기도 하다. 20년 전인 1997년 8월6일 새벽 1시40분, 김포를 출발한 대한항공 KE801편 여객기가 아가나 국제공항에 착륙하기 5분 전 추락했다. 신혼여행과 휴가를 즐기려던 승객과 승무원 등 228명이 사망했다. 폭우와 착륙 유도 장치 고장, 규정 고도를 무시한 조종사의 과실이 빚은 참사였다. 괌은 예로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러다 보니 섬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원주민 차모로족이 4000년 전부터 살기 시작한 괌은 1521년 포르투갈 탐험가 마젤란의 세계일주로 서방에 알려진.. 더보기
[여적]만델라와 주마(170810)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넬슨 만델라의 후계자로 불린다. 흑백인종 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온몸을 바쳐온 인연 때문이다. 주마는 만델라가 만든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17살 때 가입했고, 만델라가 정치범으로 27년을 보낸 로벤 섬 수용소에서 함께 복역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마는 여로모로 만델라와 대비된다. 남아공의 새 시대를 연 국부 만델라는 ‘마디바’(존경하는 어른)로 추앙받는다. 반면 주마는 부패와 무능을 상징한다. 집권 8년이 지난 그에게는 ‘부패의 독씨앗’ ‘남아공 최고의 부패 인물’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2013년 12월10일, 닷새 전 타계한 만델라의 영결식 때 에피소드다. 조문 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민들로부터 록스타 같은 환영을 받았다. 반면 추도사를 하기 위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