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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

[여적]‘3년천하’ 이슬람국가?(170701) 2014년 6월29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탄생한 날이다. 최고 지도자 알바그다디는 이날 ‘칼리프 국가’를 선언했다. 이슬람 최고 종교지도자를 뜻하는 칼리프가 통치하는 나라를 자신의 세력권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세우겠다고 세계에 알린 것이다. 물론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은, 자칭 국가였을 뿐이다. 알바그다디가 이를 선포한 곳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에 있는 알누리 대모스크였다. 12세기 말에 지어진 모술의 상징물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이 된 지난 29일, 이라크 정부는 칼리프 국가의 종식을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개시한 반격으로 알누리 대모스크를 비롯해 모술 지역 대부분을 탈환했다는 것이다. 이라크군의 모술 탈환은 의미가 크다. 칼리프 국가 종식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더보기
[경향의 눈3]오소프는 왜 ‘미국판 마크롱’이 되지 못했나(170629) 존 오소프. 열흘 전까지만 해도 그를 잘 알지 못했다. 언젠가 미국 언론에서 그의 이름을 언뜻 본 것 같지만 관심 밖이었다. 어느 누가 남의 나라의 보궐선거와 이름 없는 정치인에게 관심을 가질까. 그런데 알고 보니 무시해도 될 보궐선거가 아니었다. 두 후보 진영에는 사활이 걸린 선거였다. 투입된 선거자금만 5500만달러가 넘었다. 보궐선거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투표율도 역대 최고였다. 이제껏 이런 선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박진감도 있었다. 그 중심에 오소프가 있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조지아주 6선거구 보궐선거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후 하원의원들의 정부직 진출로 보궐선거를 치른 4곳 중 한 곳이었다. 트럼프 심판이 쟁점이었지만 네 곳 모두 공화당 아성인 탓에 민주당은 전패했.. 더보기
[여적]트럼프가 거짓말을 안 할 때(170626) “나는 이라크 침공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시사주간) 타임 표지로 14번 또는 15번 나왔다. 타임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인 지난 1월21일에 한 말이다. 둘 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트럼프는 이라크 침공을 찬성했다. 트럼프가 타임 표지에 나온 횟수는 11번이며, 가장 많이 표지에 등장한 인물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닉슨은 55차례나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트럼프는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뉴욕타임스가 그의 거짓말 목록을 지난 23일 공개했다. 취임 첫날부터 지난 22일까지 총 154일을 분석했다. 거짓말을 한 날은 114일이다. 4일 중 3일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특히 취임 당일부터 2월 말까지 40일 연속 거짓.. 더보기
[여적]살인폭염(170621) 2003년 여름은 유럽에 악몽이었다. 그해 7~8월 유례없는 폭염이 덮쳤다. 기록상 1540년 이래 가장 더웠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독일 등 각국에서 7만여명이 숨졌다. 말 그대로 ‘살인폭염’이었다. 최근 세계를 달구고 있는 때 이른 무더위도 그 폭염을 닮았다.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지난 19일(현지시간) 최고 기온은 47.8도였다. 1990년 이 도시가 기록한 미국 도시 지역 역대 최고 기온인 50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은 40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중동 지역은 50도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말 파키스탄 투르밧 지역의 기온은 53.5도까지 치솟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가장 무더웠던 해’는 매.. 더보기
[여적]특권층 자녀(170620) 2013년 1월 국내 최대 재벌 부회장 아들의 중학교 부정입학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귀족학교’로 통하는 모 국제중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것이 문제였다. 한국 최고 부자의 아들이 사배자라니. 시민들의 분노는 당연했다. 학교 측은 부모가 이혼해 사배자 전형의 ‘한부모가족’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국제중 일반전형은 모집정원의 3배수를 뽑아 공개추첨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사배자 전형은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합격할 수 있다. 소위 ‘빽’이 통하는 것이다. 특권층 자녀의 입시부정만큼 학부모를 허탈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입시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의 .. 더보기
[여적]태양왕 마크롱(170615) CNN방송은 지난 1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표현했다. 마크롱의 신당 ‘앙마르슈’가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날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음날 그를 태양왕으로 불리는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 14세에 비유했다. 이 같은 평가는 지난달 7일 대통령 당선 이후 그가 보여준 거침없는 행보와는 상반된다. 마크롱은 ‘악수 배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를 꺾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르사유 궁전에 불러들여 위세를 과시했다. 최근 총선에서 패배해 궁지에 몰린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서는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 회유와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그래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마크롱이 독재자나 태양왕 루이 14세 이야기를 듣는 .. 더보기
[여적]백악관 녹음테이프(170610)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사임의 결정적 계기는 백악관 녹음테이프였다. 197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재선에 성공한 닉슨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듬해 5월 시작된 의회의 워터게이트 청문회 중 닉슨이 집무실에서 한 대화나 전화통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의회는 테이프 제출을 요구했지만 백악관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지루한 공방은 1974년 7월 연방대법원의 공개 판결로 일단락됐다. 8월5일 공개된 테이프에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테이프’가 있었다. 스캔들 폭로 엿새 뒤인 1972년 6월23일 녹음된 것이다. 테이프에는 닉슨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중앙정보국(CIA) 국장·부국장에게 요청하는 통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보기
[여적]대통령의 사과(170607)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사과를 가장 많이 했다. 그의 사과는 당선인 신분 때부터 시작됐다. 취임 일주일 전인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하자 사흘 뒤 사과했다. 2004년 탄핵 사태 당시 헌재가 탄핵 소추안을 기각하자 다음날 대국민사과를 했다. 형 건평씨의 부동산 의혹, 경찰 과잉진압에 따른 농민 사망 사건 등 고개를 숙여야 할 때마다 마다하지 않았다. 제주 4·3사태에 대해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대규모 희생이라며 여러 차례 사과했다. 노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과 소통하고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모로 대비된다. 늘 회피·늑장 논란을 불렀다. 우선 ‘대독(대리) 사과’. 첫 사과는 2013년 취임 후 김용준 총리 후보자 등 장차관급.. 더보기
[여적]미국 대통령의 핵심참모(170605)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의 적’이 됐다. 트럼프 결정 뒤에는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배넌이 있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 배넌은 ‘트럼프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미 언론은 이번 결정을 ‘배넌의 승리, 이방카의 패배’로 해석한다. 대통령의 브레인과 대통령 딸 사이의 백악관 내 힘겨루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출범 넉달 보름이 지난 현재 배넌이 트럼프에게 한 발 더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배넌을 향한 트럼프의 애정은 남다르다. 트럼프는 배넌을 위해 백악관에 없던 자리를 만들었다. 바로 수석전략가다. 대통령과 중요 현안이나 장기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비서실장에 맞먹는 지위다. 트럼프가 배넌을 신뢰하는 사례는 더 있다. 비록 나중에 없던 일로 했지만.. 더보기
[경향의 눈2]일흔 살 어린애 트럼프(170601) 성인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만큼 당사자에게 더 큰 조롱이 있을까. 일흔 살이 넘은 한 나라의 대통령, 그것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어떨까. 한국이라면 ‘불경스러운 일’이라는 비난이 쇄도할 만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버젓이 다뤄진다. 그것도 최고 신문 뉴욕타임스(NYT)에서 말이다. 지난 5월 중순 ‘트럼프가 어린애냐 아니냐’는 논쟁이 NYT를 달궜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어린이가 세계를 이끌고 있는 시대’라는 글이 발단이었다. 브룩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동안 한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그를 ‘유아기에 머문 어른’을 일컫는 미성숙자(infantilist)라고 규정했다.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대부분의 성인들이 차분히 앉아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는 교실에서 뛰어다니는 7세 초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