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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뛰는 물가 못미친 중위소득, 취약계층 돌봄 사각지대 없어야(220730) 보건복지부가 29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보다 5.4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인 기준 중위소득은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 등 취약계층의 지원 대상·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벼랑 끝에 놓인 취약계층에겐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 기준 중위소득이 오를수록 각종 복지제도 수혜 대상도 늘어난다. 내년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약 9만1000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내년도 인상률이 2020년 기준 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 이후 처음으로 원안(5.47%)대로 반영된 점과 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 전환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인상률만 보면 정부가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4.7%)과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5.0.. 더보기
[사설] 포스코 불법파견 인정 판결, 제조업 하청구조 개선 계기로(220729) 자동차업계에 이어 철강업계에 만연한 사내하청도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정년이 지난 4명을 제외한 원고들에 대해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스코 노동자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의 잇단 판결이 제조업 하청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번 판결은 사내 하청노동자를 불법파견 형식으로 활용해온 제조업계의 오랜 관행에 또다시 철퇴를 가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2010·2012·2015년 현대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파견은 파견사업주(하청)가 노동자를 고용해 사.. 더보기
[사설] 조선업 하청구조 개선하겠다는 노동부, 말보다 실천이다(220726)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조선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 해결 등 구조적 과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통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종료 사흘 만에 조선업계의 구조적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의 의미있는 태도 변화로 평가하며,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조선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청구조는 이번 파업의 근본 원인이다. 다단계 하청은 ‘원청(조선회사)-1차 하청(사내하청 또는 사외 협력업체)-물량팀장-물량팀원’으로 이뤄진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활용된 사내하청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70%를 차지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20년 경력의 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밖.. 더보기
[사설] 대우조선 파업 푼 지 얼마나 됐다고 불법 엄단 운운하나(220725)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타결된 이후에도 계속 불법행위에 대한 엄단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한동훈 법무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2일 교섭 타결 직후 “불법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는 정부 입장문을 발표했다. 법원에 기각당하기는 했지만, 경찰은 하청노조원 9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합의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정부가 노사 간 합의정신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의 하청구조 문제를 푸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강경 대응에 나선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정부는 파업 타결 후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 분규를 해결한 중요 선례”라며 당국이 노조를 굴복시킨 듯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더보기
[사설] 대우조선 공권력 투입, 사태 해결 아닌 갈등 증폭 도화선이다(220720)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에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질문을 받고 “국민과 정부 모두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도 “더 이상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언급 이후 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찰청장 후보자가 현장을 방문했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것 같다. 최근 정부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공권력 투입을 위한 명분 쌓기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는 지난 14일 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불법파업 중단’ 대국민 담화로 시작됐다. 이어 한덕수 총리와 윤 대통령은 14일과 15일 각각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며 분.. 더보기
[사설] 하청구조는 놔두고 대우조선 파업 불법 규정한 윤 대통령(220719)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 대해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며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5개 부처 장관 명의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압박하는 공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막무가내식 떼쓰기”라며 가세했다. 정부·여당이 대우조선 파업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47일째인 파업 상황이 고비를 맞고 있다. 정부는 이날 한목소리로 노조의 파업이 대우조선해양 노사와 협력업체, 지역 공동체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업 사태의 책임을 노조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안을 표면적으로만 본 결과다. 노조는 지난달 2일 임금 30%.. 더보기
[사설] 정부의 주 52시간제 유연화, 노동시간 줄이기 역행 안 된다(220716) 정부가 주 52시간제 유연화 방안을 마련한다며 이를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다음주에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또 올해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노동시장 개혁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이는 노동시간을 늘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노동계가 반대의 뜻을 밝혀 추진 과정에서 큰 갈등이 빚어질 것이 분명하다. 주 52시간제 유연화의 핵심은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노동시간을 월 단위로 바꾸는 것이다. 이 경우 한 주 최대 12시간인 연장 노동시간은 최대 48시간까지 가능해진다. 문제는 노동시간 유연화가 실노동시간 증가로 .. 더보기
[사설] 아베 피습 속 자민당 참의원 선거 승리, 우경화 경계한다(220711) 일본 보수 우익의 구심점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속에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NHK 출구조사 결과 자민·공명 연합은 현 70석에 69~83석을 더해 과반(125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개헌세력(자민·공명·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이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의석 확보도 종전처럼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아베의 피격 사망으로 우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집권여당과 개헌세력의 입지 강화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참의원 의석수는 248석(임기 6년)으로,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이번 선거 결과로 향후 자민당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본이 급속도로 우경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수년간 일본 사회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우경화에 속도를 .. 더보기
[사설] 고물가 행진 속 실질임금도 못 지킨 최저임금 인상(220701)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는 2023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460원) 오른 9620원으로 정해졌다. 5.1%인 올해 인상폭과 비슷하며, 8년 만에 법정 심의기간 안에 처리됐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아쉽다. 윤석열 정부 첫 최저임금이 역대 정부 중 가장 낮게 결정된 것도 유감스럽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핵심 쟁점은 고물가였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노동계와 “이미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는 경영계가 첨예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올해 물가 전망치 평균(4.5%)보다 0.5%포인트 높은 선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4.. 더보기
[사설] 중국 ‘구조적 도전’으로 명시한 나토, 더 복잡해진 한국 외교(220630)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를 현존하는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새 전략개념을 채택했다. 나토가 향후 10년간 최우선 과제와 임무를 담은 청사진에 중국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유럽의 군사동맹이 아시아·태평양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 간 대결이 본격화할 수 있다. 한국 외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나토는 2010년 채택한 기존 전략개념에서 러시아를 ‘전략 파트너’로 표현했지만 중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의 광범위한 정치·경제·군사적 활동들”을 나토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이는 중국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나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