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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

[여적] 빌 게이츠의 꿈(200414)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5)의 인생은 미국 법무부가 그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법 소송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세계 최고 부자’에서 ‘최고 자선사업가’로 거듭났다. 소송이 한창이던 2000년 부인과 함께 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었다. 당시 재산의 71%인 203억달러를 재단에 기부했다. 이후 그는 재단을 통해 에이즈와 소아마비 같은 감염병 퇴치, 후진국 경제 개발, 기후변화 해결에 헌신해왔다. 그가 2008년 MS 최고경영자, 2014년 이사회 의장에 이어 지난달 이사마저 그만둘 것이라고 한 이유는 “국제 보건과 개발, 교육, 기후변화 대응 같은 자선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였다. 빌 게이츠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넷플릭스.. 더보기
[여적] 샌더스의 도전(200410)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장을 던질 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외친 것은 ‘백악관 입성’이 아니었다. ‘정치혁명’이었다. 샌더스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가지를 역설했다. 첫째는 진보 의제의 실현이었다. 전 국민 건강보험과 대학 무상교육,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와 같은 일찍이 미국인들이 보지 못한 공약을 내걸었다. 다음은 풀뿌리 정치인을 길러내는 일이었다. 비록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패함으로써 실험에 그쳤지만 샌더스의 외침은 이민자, 여성,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도 자신이 내세운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정치단체 ‘우리 혁명’을 만들었다. 젊은 유권자들을 교육해 각종 선거에서 진보 후보를 당선시키는 게 목표였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 더보기
[여적] 김칫국 마시기(200404)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상대방은 줄 생각도 하지 않는데 지레 받을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눈치 없이 하는 행동을 비꼴 때 자주 쓴다. 떡 줄 사람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같은 뜻으로 쓰이는 ‘떡방아 소리 듣고 김칫국 찾는다’, ‘앞집 떡 치는 소리 듣고 김칫국부터 마신다’처럼 김칫국이 주로 떡과 함께 활용된다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떡과 김칫국은 찰떡궁합으로 여겨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우리 조상들은 떡을 먹을 때 늘 김칫국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본뜻은 체하지 않게 조심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사례는 드물지 않게 본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판이다. 결과야 어떻든 일단 빈말이.. 더보기
[경향의 눈8] 트럼프의 '코로나19 촌극'(200402) ‘5시의 촌극’이라는 말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사이공(현재의 호찌민)의 한 호텔에서 오후 5시마다 했던 전황 브리핑의 별칭이다. 이 브리핑이 촌극으로 희화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진실보다 거짓말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리처드 파일 당시 AP통신 사이공 지국장의 묘사가 정곡을 찌른다. “동남아시아의 부조리극 극장에서 최장 공연되고 있는 희비극.” 실제로 브리핑에서는 기자들과 미군 간 가짜 통계와 거짓 전황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곤 했다. 그 후 ‘5시의 촌극’은 거짓말로 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태를 비꼬는 대명사로 활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 ‘5시의 촌극’이 새삼 떠오른다. 트럼프는 지난달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매일 저녁 백악관에서 ‘코로나 브리핑.. 더보기
[여적] 코로나 청정국?(200331) 코로나19를 막을 최고의 방책은 ‘고립’과 ‘격리’다. 전 세계가 물리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람이 매개체이다 보니 확진자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12월31일 첫 환자가 보고된 이후 석 달 만인 30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72만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3만4000명에 이른다. 실시간 코로나 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199개 나라와 지역, 2척의 크루즈선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실제로 ‘고립’의 대명사로 통하는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마저 코로나 침투를 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구상에는 여전히 감염자가 한 명도 없는 ‘코로나 청정지역’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남극이다. 28개국이 과학기지를 운영 중이지만 엄격한 입국 통제 덕분에 확진자가 없다. 코로나19.. 더보기
[여적] 인공호흡기 전쟁(200330) 폐 질환자나, 환자를 마취시켜 수술할 때 인공적으로 호흡을 조절해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 의료장비가 인공호흡기다. 얼굴마스크형에서부터 코마스크형, 마우스피스형, 후드형, 기계형 등 다양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컴퓨터로 작동하는 기계형은 5만달러나 한다. 인공호흡기가 손 세정제, 마스크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필수품이 됐다. 심각한 코로나19 감염자에게 인공호흡기는 말 그대로 생명선이다. 바이러스가 폐를 집중 공격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6명 중 1명은 인공호흡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문제는 인공호흡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인공호흡기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확진자 최다국인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인공호흡기를 확보하기 .. 더보기
[여적] 쿠오모 형제(200327) 지난 23일 밤 9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CNN 방송의 TV쇼 . 진행자 크리스 쿠오모(50)가 출연자를 소개했다. “뉴욕 주지사이자 나의 형 앤드루 쿠오모다. 또 나와줘 고마워.” 쿠오모 주지사(63)는 대뜸 “엄마가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 말의 숨은 뜻을 알려면 일주일 전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지난 16일 쿠오모 주지사는 동생 프로그램에 출연해 뉴욕주의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형제는 ‘누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아들인가’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형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잘 알지만 엄마에게 전화할 시간은 있겠지? 엄마가 형 소식을 듣고 싶어해.” “나오기 전에 전화했어. 근데 엄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식이고, 너는 두 번째래.” 이 장면은 코로나19로 고통.. 더보기
[여적] 미래세대의 기후소송(200316) '기후변화’가 미국 뉴욕타임스 1면 머리기사를 처음 장식한 때가 1988년 6월24일(현지시간)이다. 제목은 ‘지구온난화는 시작됐다, 전문가 상원에서 말하다’였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제임스 핸슨 박사는 전날 미 상원에서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에 의해 강화된다고 99% 확신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은 대중들에게 지구온난화·기후변화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미래세대의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경종이었다. 하지만 정부를 움직이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2015년은 기후변화의 또 다른 이정표가 세워진 해였다. 그해 12월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됐다. 195개국이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합의했다. 기후변화.. 더보기
[여적] 사람-개 코로나19 전이(200306) ‘코로나19와 반려동물.’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자주 묻는 질문(FAQ)’ 코너에 있는 항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겼다. 두 기구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특정 감염병이 대유행할 때마다 관련 코너를 만든다. 이번 코너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반려동물도 코로나19에 걸릴까’라는 우려에 대한 두 기구의 답변이다. 지난달 28일 이전까지만 해도 반려인들은 이 답변을 보면서 불안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홍콩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견에서 ‘약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보도로 다시 불안감에 빠져들었다. ‘만약 그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공식 확인된다면 사람에서 동물로 전파되는 게 아닌가... 더보기
[편집국에서17]세 살 아이에게 '소피의 선택' 강요한 미국(190726) 소피는 어린 아들딸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한다. 소피의 미모에 호감을 가진 수용소 장교가 수작을 건다. 그가 묻는다. 폴란드인이냐 공산주의자냐고. 소피는 답한다. 유대인도 아니고, 가톨릭 신자라고. “공산당원이 아니라고? 기독교인이라고?” 하지만 장교는 단호하다. “예수는 아이들을 나에게 보내지 않았다.” 그는 한 아이를 선택하라고 한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며. 소피가 선택할 수 없다고 하자 선택하지 않으면 둘 다 죽이겠다고 한다. 소피의 입에서 “내 딸을”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한 군인은 울부짖는 딸을 안고 가스실 쪽으로 간다. 그런 딸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소피….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영화인 (1982)의 명장면이다. 반인륜적 선택을 강요하는 극단적 상황에서 의지와 무관한 선택을.. 더보기